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률을 높이라'고 주문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AZ는 8주 간격을 두고 2차례 접종을 하게 돼 있는데, 1차 접종자의 2차 접종을 위해 비축해 둔 물량을 1차 접종에 활용하라는 취지다. 문 대통령의 '특명'에 보건 당국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르면 10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문 대통령 지시를 포함한 접종 대상 확대 방안을 논의해 확정한다.
"물량 또 들어오는데... 굳이 비축 필요한가?" 文 지시
질병청은 1차 접종자를 위한 AZ 2차 접종분을 경기 이천물류센터에 보관 중이다. 청와대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이 물량을 굳이 1차 접종자를 위해 쌓아 둘 필요가 있느냐'고 보고 있다. AZ와 화이자 등의 올해 2분기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비축 물량을 일단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접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가 화이자와 계약한 백신 1,300만명분 중 50만명분이 이달 말 우선 들어오고, 2분기에 300만명분이 공급된다.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들어오는 AZ 백신은 이달 34만5,000명분, 이어 4, 5월에 70만5,000명분이 들어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차 접종자가 지체 없이 접종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돼야 백신 접종 대상자 확대가 가능하다"며 "그런 맥락에서 '공급 일정을 제대로 살펴보라'고 문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AZ 접종률을 높이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관계 당국에도 전달했다. 문 대통령 의중대로 2차 접종용 물량이 1차 접종에 쓰이면 접종률은 올라가게 된다. 9일 기준 국내 인구(5,200만명) 대비 접종률은 0.73%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해 지난달 출하한 AZ 157만 도즈를 78만5,000만 명에게 접종한다는 게 당초 질병청 계획이었다"며 "문 대통령 의견대로 움직이려면 계획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주해진 질병청... 이르면 10일 관련 회의 소집
문 대통령이 '백신 접종률 높이기'에 의지를 보이면서 백신 접종 컨트롤타워인 질병청도 분주해졌다. 질병청은 이르면 10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소집, '아스트라제네카 157만 도즈를 1차 접종에 전부 활용하는 방안의 실효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백신 접종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다음달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 정부 능력이 부각되고 여당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문 대통령은 원래 AZ 물량 150만 도즈 공급이 확정됐을 때부터 '75만 명이 아닌 150만 명에게 접종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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