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음악틀고 두발 댄스...진돗개 우수성 이렇게 알려야 하나요?

입력
2021.03.12 11:00
0 0

<13> 공연은 그만하고 싶다는 진돗개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천연기념물 제53호로 문화재관리법과 한국진돗개보호육성법에 따라 보호 받는 진돗개. 한국일보 자료사진

천연기념물 제53호로 문화재관리법과 한국진돗개보호육성법에 따라 보호 받는 진돗개. 한국일보 자료사진


진돗개들이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입마개를 한 채 경주를 하고 있다. 시민과 동물단체들은 경쟁을 시키는 것 자체가 개의 습성과 맞지 않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진도군 홈페이지 캡처

진돗개들이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입마개를 한 채 경주를 하고 있다. 시민과 동물단체들은 경쟁을 시키는 것 자체가 개의 습성과 맞지 않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진도군 홈페이지 캡처


저는 전남 진도군에 사는 '진도개'입니다. 천연기념물 제53호로 문화재관리법과 한국진돗개보호육성법에 따라 보호 받지요. 왜 진도개냐고요? 진도군은 진도개로 품종을 등록했는데 한글 맞춤법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진돗개로 표기되면서 진돗개로 더 많이 불립니다.

최근 우리가 출연하는 진도군의 '진도개테마파크'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진도군은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진도개와 함께하는 어질리티, 공연, 경주를 보러 오라'며 누구나 진돗개를 체험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요.

테마파크에서 진행되는 어질리티(장애물넘기)를 포함해 댄스, 특산물 맞히기, 줄넘기, 경주 등이 개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한 시민은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실현되는 지금 시대를 역행하는 진도개테마파크 폐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기도 했지요.

진도군이 진도개테마파크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SNS에 게재한 게시물. 진도군 인스타그램 캡처

진도군이 진도개테마파크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SNS에 게재한 게시물. 진도군 인스타그램 캡처


진도개테마파크가 문을 연 건 2012년, 본격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 지는 7년째입니다. 하지만 유독 올해 청원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이 된 이유는 뭘까요. 려동물 문화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수년 전 다른 지역 테마파크가 진돗개를 훈련한다며 매질하고 채찍질해 넘어트리는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영상이 진도개테마파크 내용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진도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 토종견인 개의 우수성을 알리고 올바른 애견문화 정착과 인식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어질리티 등 프로그램은 국내외 애견협회가 품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하는 프로그램 내용과 비슷하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요.

진도테마파크에서 경주 중인 진돗개들. 진도군 홈페이지 캡처

진도테마파크에서 경주 중인 진돗개들. 진도군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프로그램 내용 자체가 개의 습성을 무시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진돗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굳이 입마개를 한 후 경주를 시키고, 사람과 춤을 추게 할 필요는 없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이어 "세금이 들어가는 지자체 프로그램인데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올바르게 세우는 데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느냐"고 반문했는데요.

지난해 진도테마파크에서 진돗개가 춤을 추는 공연을 하고 있다. 진도군 제공

지난해 진도테마파크에서 진돗개가 춤을 추는 공연을 하고 있다. 진도군 제공


우리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건 너무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두발로 서서 트로트 음악에 맞춰 사람과 춤을 추고 줄넘기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경주를 해야만 우리의 뛰어남을 알릴 수 있는 건가요.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 반려동물을 포함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습니다. 동물을 단지 사람의 재미를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오히려 불편해 하는 이들이 많지요. 우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소중하다면 그에 맞춰 소중히 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진도에 사는 진도개가 낸 청원에 동의하시면 포털 사이트 하단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기사 원문 한국일보닷컴 기사 아래 공감 버튼을 눌러주세요. 기사 게재 후 1주일 이내 50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해당 전문가들로부터 답변이나 조언, 자문을 전달해드립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