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세관집행국 등 관계 기관 수장 공석
"코로나 방역, 경제 등 직면 과제에 밀려
트럼프가 바꾼 이민정책 너무 많고 복잡"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선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이민제도’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권 초반 바이든표 이민정책을 공격적으로 끌고 가야 할 관계기관 수장조차 뽑지 못했다. 대통령 권한으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취임 첫 100일간 비시민권자 추방유예’ 등을 명령했으나 임시방편일 뿐, 종합적인 정책 검토는 한 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그가 목표한 ‘이민자 국가’ 미국을 재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을 뒤집는 어떤 조치도 아직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민정책은 바이든이 내세운 ‘ABT(Anything But Trumpㆍ트럼프 정책만 아니면 돼)’를 적용할 핵심 의제지만, 트럼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반이민 정책 관련 소송들이 여전히 철회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입국 허용 난민 상한선을 1980년 난민법 통과 이후 최저 수준(1만5,000명)으로 낮춘 조치 역시 그대로다. 지난달 초 난민 상한선 상향조정 계획은 발표됐으나 확정된 게 없다. 야심차게 발표했던 100일간 비시민권자 추방유예안도 텍사스주(州) 연방법원이 보류 결정을 여러차례 내리면서 바이든 취임 후 비시민권자 추방 조치는 지속됐다.
밀린 인사는 이민정책이 후순위가 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민정책을 담당하는 이민세관집행국(ICE), 이민국(USCIS), 관세국경보호청(CBP) 등 국토안보부 산하기관 세 곳 모두 수장이 공석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보다 빠른 지난달 2일 상원 인준까지 받은 사실과 비교된다. 법무부 내 이민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관리도 상원에서 법무장관 지명자 인준이 연기돼 인사가 미뤄진 상태다. 폴리티코는 “참모진도 없이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안에 멕시코ㆍ캐나다 국경 개방(21일)과 10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 입국 금지 해제(31일) 여부 등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이민정책이 밀린 데는 방역과 경제를 시급히 챙겨야 하는 미국의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트럼프가 바꾼 이민정책이 너무 많고 복잡해 앞으로 개혁 전망도 밝진 않다. 싱크탱크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총 400건 이상의 이민정책이 바뀌었다. 행정명령을 뒤집고 의회와 법원을 오가야 할 조치들이 적지 않다.
물론 변화도 감지된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구금ㆍ추방된 이민자 수가 트럼프 임기말 3개월 평균과 비교하면 6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현장 공무원들에게 추방 집행 대상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지시한 점 등이 일부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성년 자녀가 보호자 없이 홀로 남더라도 ‘무관용 원칙’ 아래 그 부모를 추방 조치하던 방식도 폐기했다.
그럼에도 이들 모두 단편적 개선에 그쳤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MSNBC방송은 “추방 집행 대상의 우선순위를 개정했다고 해서 ‘아예 추방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바이든의 이민정책이 약속과 달리 매우 느리고 불안정하게 출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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