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방위비 협상 히스토리
트럼프 '한국 무임승차론'에 난관?
美 '50억 달러' 청구 vs 韓 "수용 불가"?
작년 '13% 인상' 잠정합의도 트럼프가 거부
장기 표류 중이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양국이 2019년 9월 공식 협상을 시작한지 1년 6개월 만이다.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정하는 분담금 협상은 1991년 이후 총 11차례 진행됐다. 적지 않은 금액에다 국회 비준이 필요해 매번 순탄치 않았지만 이번 협상은 지난해부터 적용돼야 할 분담금을 1년 3개월이나 늦게 확정지으면서 '역대 가장 길고 힘든 협상'이 됐다.
'5배 증액' 트럼프 몽니... 회담장 박차고 나간 美
"부자 나라 한국의 무임승차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 압박은 가장 높은 벽이었다. 미국 협상팀도 여느 때보다 강경했다. 2019년 9월 서울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미국은 그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6조원)를 제시했다.
미국이 내민 '50억 달러' 청구서엔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역외 훈련 비용 등 기존 분담금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다.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르면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미군 시설 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 3가지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증액 요구에 우리는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표했고 미국은 압박을 거듭했다. 급기야 2019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 제임스 드하트 미측 협상 수석대표가 80분 만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까지 있었다. 28년간의 방위비 협상에서 '전례 없는 파행'이란 지적이 나왔다.
주한미군 韓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까지
2020년도 분담금을 정하는 협상이 해를 넘기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협상 타결 지연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양국 실무 대표급에서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극적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 거부로 판이 깨졌다. 이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50% 인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500여명의 무급 휴직은 현실화됐다.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 창설 이래 초유의 사태였다. 한국인 근로자를 볼모 삼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던 심산이었다. 이후 우리 정부가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의 선지급을 제안하면서 무급휴직 사태는 해소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루한 줄다리기는 계속됐고 진척은 없었다. 지난해 8월엔 우리 측 수석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7차례 협상을 진행했던 드하트 협상 수석대표가 물러나고 도나 웰튼으로 교체됐다.
'동맹 중시' 바이든 당선 후 급물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장기 교착 상태를 이어간 협상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급물살을 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약 2주 만인 지난달 5일 한미 협상 대표팀은 약 11개월 만에 화상으로 협상(8차 회의)을 재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중시'를 강조한 만큼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도 정은보 대사가 9차 회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양국에선 협상 타결이 점쳐졌다. 최종 담판에서 2020~2025년 6년 다년계약에 합의한 한미는 2020년도는 동결, 2021년도는 전년 대비 13.9% 증액 후 2022~2025년엔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