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력 반영한 합리적 기준… 우리가 제안"
국방비 연동·상승률 상한 없어 매년 부담 커져
전문가 "美 요구 맞추려는 무리한 명분 아닌가"
한미 양국이 제11차 방위비분담협정(SMA) 협상 타결로 동맹의 걸림돌은 해소했지만, 한국 측 분담금의 연간 인상률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한 건 과도한 양보라는 비판이 크다. 이전 협정처럼 물가상승률과 연동했을 때에 비해 매년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력을 반영한 합리적 기준"이라는 정부 측 설명에 대해 이전과 다른 기준을 채택한 근거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외교부는 10일 SMA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총액은 전년도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해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비 증가율은 우리 재정수준과 국방능력을 반영하고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고 국민 누구나 명확한 확인이 가능해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비 증가율에 근거해 분담금을 증액한 사례는 1년짜리 협정인 2019년 제10차 협정이 유일하다. 이번과 같은 다년계약 협정에선 처음이다. 제9차 협정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되, 인상률이 4%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지만 이번에는 연간 상승률 상한도 규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인상 요구를 어느 정도 맞춰주기 위한 근거로 무리하게 끌어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비 증가율 연동과 상승률 상한을 두지 않은 것은 매년 상승률을 꾸준히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국방중기계획상 예산 증가율을 방위비분담금에 적용하면 협정 마지막 해인 2025년 한국 측 부담액은 약 1조5,000억원까지 불어난다. 지난해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첫해 분담금으로 요구했던 13억달러(약 1조4,808억원)보다 많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첫해 13.9%로 한꺼번에 올려줬으면 연간 상승률이라도 막았어야 한다"며 "미국이 적어준 대로 합의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 연동을 피한 것은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 안팎으로 머물러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2018년 1.5%, 2019년 0.4%, 2020년 0.5%이었다. 이를 방위비분담금과 연동하면 한국 측 분담금은 거의 늘지 않는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책임 있고 상호 호혜적인 동맹을 위해 분담할 수 있는 것은 분담하고자 했다"며 "우리가 (국방비 연동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제기돼 온 미국 내 '동맹 무임승차론'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방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인건비, 건설비, 군수지원비로 구성된 방위비분담금은 국방비와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2014년 제9차 SMA 체결 당시 수석대표였던 황준국 전 주영대사는 "방위비분담금과 국방비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액수에 맞춰주려다 보니 국방비라는 명분을 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방비가 늘어날수록 방위비분담금은 줄어드는 구조가 논리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방비를 증액하는 이유는 국방력을 키워 주한미군 의존도를 낮추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해) 주한미군 경비를 더 준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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