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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방위비 1.5조로 뛴다...매년 부담 커지는 '조삼모사'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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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방위비 1.5조로 뛴다...매년 부담 커지는 '조삼모사' 협상

입력
2021.03.11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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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결과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왼쪽)와 미국의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외교부 제공

외교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결과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왼쪽)와 미국의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외교부 제공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정산을 위한 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내용이 10일 공개됐다. ①협정 공백 상태였던 지난해 분담금은 2019년 수준인 1조389억원으로 동결한다. ②올해는 전년 대비 13.9% 인상된 1조1,833억원을 미국에 지불한다. ③2022년부터 4년간 매년 분담금 액수를 올리는데, 한국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50% 인상 요구와 비교하면 13.9%는 선방한 수치로 보인다. 그러나 ③에 '함정'이 있다. 물가 상승률이 아닌 국방비 상승률을 연동한 탓에 매년 인상분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2025년 한국 분담 총액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4년 안에 애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한 '50% 인상'에 접근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10일 "당당하게 협상한 최선의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실질적 내용은 '조삼모사(朝三暮四)'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비' 연동 체제로 전환...매년 6% 인상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에 걷어차긴 했지만, 지난해 한미 협상팀은 13.6% 인상안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으로 인상 폭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0.3% 증가'로 귀결됐다. 13.9%는 2002년 5차 협정(25.7%), 1994년 2차 협정 (18.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외교부는 "주한미군 시설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675억여원)을 포함하다보니 예외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분담금을 동결한 만큼, 올해 분담금을 올려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방중기계획(2021~2025년)에서 연평균 6.1%씩 국방비를 올리기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2025년 한국이 분담할 분담금 총액은 1조5,000억원을 웃돌게 된다. 지난해 한국 물가 상승률은 0.5%였다. 국방비 급증 등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인상 상한선을 둔다는 규정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년 협정에 국방비 인상률을 적용한 전례는 없다. 2007년 7차 협정부터 2018년 종료된 9차 협정에서 한미는 전년도 분담금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방위비를 산정했다. 정부는 '왜 국방비가 기준인지'에 대해 납득 가능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분담금 증액 규모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국력에 걸맞은 동맹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매년 6%대로 올려주면 우리 분담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큰 액수를 미국에 주게 되는 것인데, 반대급부로 우리 정부는 무엇을 얻어왔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 역대 총액 및 인상률.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미 방위비 협상 역대 총액 및 인상률.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미 쌓아둔 분담금도 많은데"

외교 당국은 "애초 우리 정부의 운신폭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협상에서 13.6% 인상안을 제시하고 "이것이 최대치"라고 강조했다. 50% 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수치였지만, 13.6%가 결과적으로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다. 협상 생리상 미국은 13.6%를 기본으로 깔고 추가 인상 요구를 했을 텐데, 한국 협상팀이 '13.6%에서 더 깎아달라'고 요구를 관철시킬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놓은 협상에 바이든 행정부가 무임승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부담이 늘면서 주한미군이 쓰지 않고 쌓아둔 불용액 논란도 재점화할 전망이다. 9차(2014∼2018년)와 10차(2019년) 협정 기간에 발생한 불용액은 총 67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분담금 중 인건비는 대체로 전액 사용되지만, 군사시설개선비는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차 협정 당시 협상 대표를 맡았던 황준국 전 주(駐)영국 대사는 "방위비 분담금의 본질은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데 들어가는 행정비용"이라면서 "주한미군이 감축 추세인 데다 경기 평택기지 이전도 마쳤으니, 방위비를 되레 줄이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 강화를 최대 성과로 내세웠다.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비율(근로자 인건비 총액 중 한국 측 분담 비율)의 하한선을 75%에서 87%까지 올리고, 지난해처럼 협정 공백 사태가 생기면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협정에 넣었다.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브리핑에서 "한국인 근로자의 고용 안정에 최우선의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한국 분담금 중 결국 한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진 점은 성과다. 단, SMA 협정의 '핵심'인 분담금 총액 부분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꾸기에는 부족한 성과라는 반론이 더 많다.


조영빈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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