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0년 넘게 동일하게 유지돼 온 이동통신업계의 '할부수수료'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휴대폰을 할부로 사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시켜 온 이동통신업계의 '할부수수료'가 10년 넘게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 담합 의혹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담합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공정위 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할부수수료는 휴대폰 단말기를 할부로 살 때 물리는 수수료다. 가령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2년 할부로 산다고 가정하면, 잔여 할부원금에 연 5.9%(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의 수수료율이 매겨져 2년 동안 6만2,600원가량을 수수료로 낸다.
통신3사 담합 의혹…칼빼든 공정위
1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번 주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본사에서 담합 의혹과 관련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정부 당국에 통신3사의 담합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2009년 3.25%였던 기준금리가 현재0.5%까지 내렸는데, 단말기 할부수수료는 통신3사 모두 10년 넘게 5.9%로 요지부동이란 이유에서다.
단말기 할부수수료는 지난 2009년 SK텔레콤에서 연 5.9% 이자로 먼저 도입했다. 이후 LG유플러스가 2012년부터 같은 이자를 적용했고, KT는 2012년 연 5.7%에서 2015년 연 6.1%로 올렸다가 2017년에 다시 연 5.9%로 조정했다. 이후 현재까지 수수료율은 통신3사 연 5.9%로 동일하다.
여당에선 공정위의 담합 여부 조사와 함께 통신사들의 할부수수료율은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출금리 산정 기준인 기준금리가 잇따라 내렸는데, 할부수수료율만 그대로라는 건 잘못됐단 지적에서다.
통신사 "할부수수료로 수익 못내"
할부수수료 논쟁의 관건은 적정성과 이동통신업계의 이익 추구 및 담합 여부 등으로 요약된다. 일단, 이동통신사들은 이에 대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할부수수료 산정 체계상 이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담합에 나설 이유도 없다는 논리다.
할부수수료율을 산정할 땐 3가지 비용(보증보험·할부채권 매입비용·제반비용)이 반영된다. 단말기 할부는 신용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제공되는 만큼 통신사로선 연체에 대비해 보증보험(3% 안팎)에 가입해야 하고, 할부대금을 마련하는데 발생하는 금융이자(3% 안팎) 등을 고려할 때 5.9%는 감당할 수 있는 최저비용이라는 게 통신사들의 입장이다.
단말기 할부 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각사마다 수수료율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에서 담합 가능성도 일축했다. 후발주자가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3사의 수수료율이 같아진 것이지 담합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의원실에 필요한 자료를 항상 제출하고 설명하는데도 매년 똑같은 문제를 제기한다"며 "할말은 많지만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받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정치적 문제제기?…공정위 조사 결과 주목
사실, 할부수수료 논란은 10년 전부터 국감 때마다 지적된 단골 이슈다. 2016년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를 상대로 할부수수료 조사를 벌였는데, 특별한 문제를 찾지 못했다. 때문에 여당의 문제 제기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휴대폰 할부수수료율은 카드사 할부수수료율(8~22%)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데다 고신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1금융권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하는 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 전문가 집단인 공정위 잣대는 방통위 조사와 수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담합 의혹과 별개로 통신사들이 매긴 할부수수료율 5.9%가 적정한지, 할부수수료를 통해 실제 폭리를 취했는지 여부 등 곁가지 의혹들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통신사들은 실제 이익을 본 게 없어 떳떳하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수수료율을 부풀렸거나 담합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수수료율 논란이 10년 넘게 이어졌던 만큼 천문학적인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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