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부터 만 65세 이상 요양병원·시설 내 입원환자 등에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의료계에선 어느 때보다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령층으로 갈수록 백신 접종 후에 사망 신고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우려 때문에 접종 동의율이 낮아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백신의 안전성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확률을 낮추기 위한 접종이란 점을 제대로 알리고 △이상반응과 대응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이상반응 시 상급종합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연명 치료 중이거나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고령층에 무리한 접종을 하지 않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만성질환 환자 많아 접종 후 사망신고 늘어날 듯
11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3일간 50만635명이 백신을 맞았는데, 이 가운데 신고된 사망 사례는 총 15명이다. 20대와 40대가 각 1명씩, 나머지는 50대 이상으로 모두 기저질환이 있었다. 이 가운데 8명에 대해서는 “백신접종과 사망 간에 인과성이 없다"고 잠정 판단했고,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 계획대로 만 65세 이상 접종이 시작되면 이 숫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접종대상에 포함된 37만여 명은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있는 고령의 환자가 대부분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이나 시설에는 만성질환을 앓는 중증환자가 많아 평소에도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곳"이라며 "인과성이 없다 해도 접종 후에 사망했다는 신고 자체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상태 안 좋으면 무리한 접종 피해야"
요양병원이나 시설 내 환자들은 본인이나 보호자 동의를 받아 접종하게 되는데, 정부는 다음 주까지 '65세 이상' 대상자들에 대한 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앞서 '65세 미만' 요양병원 및 노인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들의 접종 동의율은 93.7%에 달했다. 이 동의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백신을 걱정해서라기보다 굳이 무리해서 맞지 않으려는 이들이 나올 수 있다. 장문주 행복요양병원장은 “예를 들어 90세가 넘거나 중증 질환이 있을 경우, 당사자는 물론 자식들 입장에서도 굳이 백신을 맞혀야 하나 생각할 수 있다”며 “동의율은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종이 임박하거나 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의료진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거나 보호자와 상의해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도 “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분들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반응 시 상급병원 이송 시스템 갖춰야"
방역당국이 백신의 효능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영국 백신접종 보고서를 보면, 접종 뒤 고령층에서 중환자로 전환되는 비율이 극적으로 떨어졌다"며 "이런 접종의 이익을 방역당국이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좀 더 많은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김 교수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접종 후 사망 신고에 대해 그 원인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했는데, 지금은 기저질환 종류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개인 의료정보라는 이유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상반응 대응책도 보강해야 한다. 천은미 교수는 "사망 뒤에야 인과관계를 따진다는 건 나중의 일"이라며 "발열이나 숨이 차는 등 이상반응이 나오면 인근 대학병원에 곧바로 이송하는 시스템 등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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