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합동조사단이 11일 공직자 땅 투기에 대해 1차 전수 조사한 결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애초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인 국토교통부가 총리실 주도 합동조사단에 포함됐다는 자체만으로 ‘셀프 조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수사 권한이 없어 불법행위를 규명하는 데 한계도 뚜렷했기 때문이다.
언론 등 의혹 제기 사례 70명 달했는데…
합동조사단이 일주일 동안 LH와 국토부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관련 전수 조사를 한 결과, 투기 의심 대상은 총 20명이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지난 2일 투기 의혹을 제기했던 13명에서 고작 7명이 추가됐다. '수사'가 아닌 '조사'였던 탓에 직원들에게 개인정보동의서를 받고 3기 신도시 인근 부동산거래내역과 토지대장을 살펴 겨우 의심 사례를 추려냈을 뿐이다. 그 동안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한 LH 직원 의심 사례는 70명 가량 됐는데 1차 전수 조사 결과 대다수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조사단이 조사 대상으로 밝혔던 직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경우 가족들의 동의서까지 받아야 하고 조사의 저항도 예상돼 이번 조사에서 배제하고 특별수사본부에 맡겼다.
공직자의 진짜 투기는 법인, 지인을 통하거나 가차명으로 은밀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사단은 계좌 추적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없어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직원 본인만 대상으로 조사했다. 동의서를 받는 과정도 쉽지 않아 전수 조사 대상자 1만4,348명 중 28명은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는 나머지 인원에 대해 신속히 조사를 하고, 의심 거래자 20명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합동조사단은 1차 조사에 이어 인천ㆍ경기 및 기초 지자체의 개별 업무담당자, 지방 공기업 전 직원 9,000명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이어간다.
"진짜 투기는 차명 거래" 잡아낼까
하지만 수사 범위와 대상을 넓힌다고 해도 가차명으로 이뤄진 투기까지 잡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알려진 조사 대상 지역도 주거복지로드맵이나 수도권 30만호 건설 계획 등으로 조성이 추진 중인 택지는 아예 포함되지 않아, 제대로 된 조사에는 시간이 더욱 지체될 수 있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처음부터 수사를 맡겼다면 이제 기초 작업을 하고 있었을 테지만 국민적 관심과 조속히 파헤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아 20명을 찾아냈다”며 “전국에 걸쳐 특별수사본부를 마련해 어떤 성역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정 총리의 발언에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날 조사단 결과 발표 직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고작 20명을 찾아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발표를 본 내 시간이 아깝다”, “1만4,500명 중에 7명을 찾았다니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는 것 아닌가”, “야당 쪽에서 투기 의혹을 제기한 70명은 귀신인가” 등의 비판 글이 쏟아졌다. 광명시의 중개업소 관계자도 “대대적으로 발표하겠다고 해놓고 20명밖에 안 나왔다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제대로 된 조사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과연 국민이 셀프조사로 발표한 숫자를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신도시, 지역별로 7~8명은 나올 줄 알았다”면서 “20명 중 광명·시흥에만 15명이 집중됐고 나머지 지역은 1, 2명밖에 안 된다는 것인데 이를 국민들이 신뢰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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