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혈전 형성' 사망에… 유럽 4개국 "AZ백신 접종 일시 중단"

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아이슬란드 보건당국
11일 잇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 발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모습. AFP 연합뉴스

유럽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 중 혈전이 형성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다. 아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형성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은 11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오스트리아 보건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한 49세 여성이 ‘심각한 응고 장애(coagulation disorder)’로 숨졌다며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으나 예방 차원에서 해당 제조단위(batch)의 잔여 물량은 더 유통하거나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이후 나온 조치다.

덴마크에서도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한 60대 여성이 유사 증상으로 숨졌다. 덴마크 당국은 이날 자국에서 오스트리아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제조단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한 60세 여성이 혈전을 형성한 뒤 사망했다면서 2주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당국은 그러나 이는 예방적 조치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재로서는 이 백신과 혈전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는 결론을 내릴 수 없으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노르웨이 보건 당국도 이날 우려를 나타내며 추가적인 정보를 기다리는 동안에 이 백신의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아이슬란드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탈리아의약청(AIFA)도 ‘ABV2856’ 일련번호를 가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이탈리아 현지 ANSA통신은 “이번 결정은 해당 백신 접종 후 시칠리아에서 두 건의 사망 사례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혈전을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EMA는 “이 백신의 이익은 계속해서 그 위험성보다 더 크며, 이 백신은 혈전 관련 사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접종할 수 있다는 것이 EMA 안전성 위원회의 입장”이라고도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계속하겠다는 국가들도 속속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랑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계속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이날 “유럽 어느 국가에서도 이 백신이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심각한 부작용 경우를 분석해 봐도 백신과 확실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영국도 아스트라제네카백신 옹호에 나섰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은 명백하며 접종 기회가 오면 신뢰를 갖고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