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 투기 의혹에 3월 들어 사과만 네 번째
'사퇴 촉구' 피켓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
들끓는 비난 여론 속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국 사의를 밝혔다. '가시밭' 청문회를 거쳐 취임한 변 장관은 2·4 대책을 발표하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책임론이 대두돼 왔다.
지난 2일 오전 민변과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LH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본격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공공기관 간담회를 한 뒤 ‘청렴 실천 협약식’을 열었다. 이미 시민단체에 의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11명의 공공기관장들과 함께 '청렴'을 다짐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인 셈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4일 첫 대국민 사과를 시작으로 변 장관은 연일 '사과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4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변 장관은 LH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소관 업무의 주무부처 장관이자 직전 해당기관을 경영했던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며 국민 앞에 허리를 숙였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이 식을 줄 모르자, 여당 대표가 변 장관과 장충모 LH 사장 직무대행을 비공개로 불러 1시간가량 질책했다. 그러나 국민적 공분은 여전했고, 정부는 일요일인 지난 7일 서둘러 대책회의를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자리에서 변 장관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과 나란히 서서 두 번째 사과를 했다.
변 장관의 사과는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9일 현안 질의를 위해 소집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장 사장 직무대행과 함께 출석한 변 장관은 빗발치는 여야 의원들의 비난 앞에 세 번째로 머리를 조아렸다.
12일 열린 국토위원회는 법안 심의를 위해 소집됐지만 여야 의원들의 날 선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동산투기부 장관 변창흠을 경질하라'라고 적은 팻말을 의석 앞에 세워 놓은 채 질의를 이어갔다. 거취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변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을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이라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네 번째로 고개를 숙였다.
거듭된 사과에도 비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취임 3개월 만에 '사과'가 주 업무가 되어버린 변 장관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4 대책의 핵심인 공공주도형 주택공급대책 관련 입법의 기초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변 장관의 사의를 '시한부' 반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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