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면 종군 한번쯤은 해봐야지…'라는 호기 하나로 걸프전 취재에 자원했던 KBS 기자 출신 박선규씨의 전쟁 취재기가 발간됐다. 국내 종군기자의 기록이 책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최초다. 소말리아 내전, 수단 내전, 유고 내전 등을 취재했던 저자가 느낀 전쟁의 참혹성과 비극성을 생생히 담아냈다. 종군기자로서의 인간적 고뇌도 엿볼 수 있다.
모든 전쟁의 배경에는 지도자의 실패가 있었다는 게 저널리스트로서의 분석이다. 저자는 전쟁은 승패와 상관없이, 그 지경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처절한 패배자로 만드는 괴물이었다고 강조한다. '전쟁 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다른 삶을 살겠다'는 전쟁터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전한다.
저자는 최근 한국 사회가 잊고 있었던 전쟁을 떠올렸다며 전쟁이야기를 쓴 배경을 설명했다. 단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딪히는 사람들, 이슈가 생길 때마다 둘로 쪼개져 상대를 모질게 공격하는 사람들을 '전형적인 내전의 모습'으로 비유하며, 우려를 표했다. 너무도 쉽게 전쟁을 얘기하는 우리 사회가 한 번쯤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미디어북스·440쪽·1만7,500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