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손수 제작한 방패와 분말소화기, 헬멧, 방독면 등으로 군경의 강경 진압에 맞서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물대포나 최루탄, 고무탄은 물론 실탄 조준사격까지 감행하면서 사상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시위대의 저항 수단은 초라할 따름이다. 헬멧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드럼통 또는 합판을 잘라 만든 방패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뿐.
무자비한 군경의 탄압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시위대의 자구 노력은 눈물겹다. 그 첫번째가 군경이 쏘는 고무탄이나 물대포 등을 막을 수 있는 방패다. 시위대 중 진압경찰과 직접 맞닥뜨리는 선봉대의 경우 드럼통을 세로로 잘라내거나 철판을 잘라 만든 방패를 갖췄다. 플라스틱 또는 나무 재질의 방패도 등장했고, 충돌 시 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작은 원형 방패를 만들어 시위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가볍고 내구성 뛰어난 경찰의 방패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무겁거나 약하다.
하지만 시위대의 방패에는 신체를 보호하는 것 이상의 의미와 역할이 부여된다. 방패의 앞면에 그려 넣은 각종 문양과 글씨들이 민주화를 향한 미얀마 시민들의 열망을 표현한다. 시위대는 경찰 방패에 새겨진 'POLICE'에 대항해 'PEOPLE'이라는 글씨를 넣었다. 시민들의 힘으로 쿠데타에 맞선다는 의미다. 또, 이번 반 쿠데타 시위의 상징 의식인 '세 손가락 경례' 문양이나 미얀마 국기를 그려 넣기도 한다. 특히, 국기를 그린 원형 방패는 중앙의 별 모양 덕분에 미국 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무적의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군경이 쏘아대는 최루탄은 호흡기를 심하게 자극하거나 눈과 얼굴 등 피부까지 통증을 일으키며 시위대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킨다. 최루탄의 독성을 중화시킬 목적으로 시위대가 선택한 방법은 소화기 분말과 비닐봉지 물 폭탄. 공중을 향해 살포된 소화기 분말은 최루탄의 매캐한 입자가 확산하는 것을 막아주고 연막탄을 뿌린 듯 시야를 가려 군경의 고무탄 조준을 방해하는 효과도 있다. 물 폭탄은 도로 바닥에 흩어져 있다 바람에 날리면서 지속적으로 시위대를 괴롭히는 최루 가루를 녹여 준다.
수도 네피도와 양곤, 만달레이 등 미얀마 주요 도시 곳곳에는 군경의 진압작전을 지연시키기 위해 모래주머니와 쓰레기통, 벽돌 등으로 만든 시위대의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자리 잡고 있다. 그뿐 아니라 대나무나 폐 공사 자재, 버려진 가구 등 물리적 장애물로 활용 가능한 물품이라면 죄다 도로로 나온 듯, 얼기설기 쌓여 있다. 드럼통을 겹겹이 쌓고 그 안에 물을 채워 넣는 방법도 등장했다.
그 밖에 헬멧과 고글, 방독면은 기본이고, 일부 시위대는 최루탄 등을 쳐내기 위해 테니스 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한다. 미얀마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입는 치마 '타메인'도 시위 현장에 등장했다. 군경의 이동을 저지하기 위해 남성이 그 아래를 지나면 불운하다는 미얀마의 속설을 활용한 것이다. 그에 따라 시위가 벌어지는 도로 곳곳에 마치 빨래를 널 듯 타메인을 높이 내거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이른바 'Z세대(1990년대 후반 이후 출생 세대)' 주도 하에 연일 목숨을 걸고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어수단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실탄과 폭력을 앞세운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유엔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반군부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숨진 사람은 11일 기준 70명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시민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연대의식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