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여파가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LH 직원들이 받은 대출의 적절성을 정부가 직접 살펴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이번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적,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며 "어떻게 그런 대출이 가능했고 대출 과정에서 불법·부당 또는 소홀함은 없었는지, 맹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은 그 프로세스(과정)를 철저히 조사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가 지목한 특정 지점은 농협 북시흥지점이다. 이번에 드러난 LH 전현직 직원 상당수가 지역 농협이자 상호금융권인 이곳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농협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지만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고, 토지담보대출을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미 문제가 불거진 이달 4일 북시흥농협 현장 점검을 마치고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LTV(담보인정비율) 규제 등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출 과정에서 재직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LH 직원 10여 명이 비슷한 시기에 대출을 받아간 사실을 북시흥농협이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농협중앙회는 금감원에도 이미 현장 점검 결과를 전달한 상황이지만, 홍 부총리가 조사를 지시해 금감원 주도의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 5명의 인원 파견을 요청했다. 홍 부총리가 직접 지시를 내린 만큼 문제가 불거진 상호금융부터 시작해 넓게는 제2금융권 전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용을 검토해 추가 검사를 나갈 수도 있다"며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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