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에 "지역책임자로서 책임 통감한다" 남겨
경찰, 부검 의뢰...유서 내용도 수사?
전북본부 직원 "직원이 투기했는데 안타깝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장을 지낸 A(56)씨가 자신의 거주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 관련,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경찰은 수사와 무관한 인물이라고 밝혔지만, 그의 죽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9시 4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신의 아파트 앞 화단에 쓰러져 있다 주민에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발견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으며, 10층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쓰러진 것을 처음 보고 119에 신고한 주민은 "처음에는 가구가 떨어진 줄 알았는데 가보니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발견 당시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2018년부터 2년간 전북본부장을 지낸 뒤 퇴직 1년을 앞두고 LH에서 본부장급 전문위원으로 근무했다. 전날까지 출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LH 직원들은 A씨가 전북본부장으로 있을 당시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투기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따른 심적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주거지에서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 형태의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에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변사자는 경기남부경찰청 LH 투기 의혹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가 유서에 ‘책임통감’이라고 언급한 만큼 당시 부하 직원들의 투기 사실을 알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거나, A씨가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이 “A씨의 유서 내용에 대해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폐쇄회로(CC)TV 행적 상 범죄혐의는 없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부검하기로 했다.
A씨가 근무했던 LH 전북본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 외에 우리도 잘 모른다”면서도 "본부장 재직 당시 이사 승진을 위해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했다"며 "작년 말부터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아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은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