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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없다했는데 왜" 적막 감돈 빈소 LH 배지 떼고 온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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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없다했는데 왜" 적막 감돈 빈소 LH 배지 떼고 온 직원들

입력
2021.03.14 21:00
수정
2021.03.1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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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승진 좌절 후 상실감이 컸던 것 같다"
유족 "토지대장 보면 알지 않느냐" 분노
"조사하면 문제 없다"고 밝혀졌을 텐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분당에 이어 파주에서도 간부급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14일 경기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분당에 이어 파주에서도 간부급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14일 경기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며칠 전 전화해서 ‘이번 일과 관련 없지?’라고 물어보니 ‘난 괜찮다. 걱정 말고 서로 잘 살자’라고 답했는데 어쩌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극단적 선택을 한 LH 전 전북본부장 A(56)씨의 빈소가 마련된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장례식장. 14일 이곳에서 만난 A씨의 오랜 친구 B씨는 “지난해 초 상임이사 승진에서 좌절한 뒤 상실감이 컸던 거 같다”고 말했다.

A씨는 B씨와 통화한 지 사흘 뒤 자신이 살던 경기 성남 분당구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검을 마친 A씨의 시신은 13일 분당서울대병원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쯤 이곳에 안치됐다.

장례식장 분위기는 여느 상가보다 무겁고 차분했다. 악화한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LH 직원들은 상의에 회사 배지도 달지 않은 채 조문을 왔고 대화도 아꼈다. 그러나 이따금 큰 소리가 나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은 빈소에 취재 나온 기자들을 향해 “토지등록대장을 살펴보면 다 알 수 있는데 왜 죄 없는 사람을 투기꾼 취급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LH 전북본부 관계자는 “가족들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어 장례식을 최대한 조용하게 치르기 위해 조화도 사절하고 있다”며 “회사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던 선배였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이달 초 이미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8일 고향 전주에 들러 80대 노모를 만나고 아버지 산소도 다녀왔다. 그는 어머니에게 “다음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용돈을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고향이 같아 평소 친하게 지냈다던 LH 관계자는 “본인이 본부장일 때 직원들이 투기에 나섰던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한다’고 A씨가 말했었다”며 “자책하지 말고, 오히려 전수조사 하면 청렴한 사람인 게 밝혀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A씨 지인들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속사정을 잘 털어놓지 않는 내성적 성격인데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살고 있었다고 전했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소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었고, 자녀들도 취업 준비 중이라 퇴직 후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2018년부터 2년간 전북본부장을 지낸 뒤 경기본부 소속 본부장급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던 그는 지난 12일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께 죄송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이날 기준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LH 임직원은 20명으로, A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주= 최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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