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롯데월드몰 등 주말 인파 몰려
에스컬레이터 대기 줄 안 지켜도 '나 몰라라'
놀이공원은 턱스크 한 채 음식 섭취 다반사
"자영업자에만 방역수칙 너무 가혹" 불만도
서울 여의도에 지난달 문을 연 초대형백화점 더현대서울은 주말인 13일에도 인산인해였다. 더현대서울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5층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선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고객들이 몰려 대기 줄까지 생겼다. 나무를 배경으로 친구의 인증사진을 찍어주던 20대 여성은 "마스크 안 썼으면 지금 코로나 상황이란 걸 느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은 지난달 26일 개점 당일부터 사람들이 몰리면서 취약한 방역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13일 오후 시간대엔 출퇴근시간 지하철역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이동 자체가 어려웠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직원을 배치해 세 칸씩 띄워 타라고 안내했지만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직원은 "고객이 항의할 수도 있으니 강제로 간격을 띄우진 말고 구두로만 안내하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터뿐 아니라 일부 전자기기 매장의 체험기기 주변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더현대서울을 처음 찾은 진모(36)씨는 "아무리 마스크를 썼어도 사람이 너무 많아 걱정이 된다. 거리 두기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삐 풀린 방역 상황은 서울시내 다른 대형 쇼핑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도서관에선 음료 취식이 안 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음료를 마시며 독서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몰 명품매장과 일부 음식점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지만 간격을 관리하는 인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인원도 통제되지 않았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학생들이 자주 찾는 놀이공원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후 잠실동 롯데월드는 매표소부터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티켓을 확인하고 입장할 때만 입장객 사이에 거리를 두도록 했다. 놀이기구 대기 줄은 밀집도가 더욱 심했다. 앞 사람과 1, 2m 간격을 두고 서 있는 어린이에게 간격을 좁히도록 손짓하는 직원도 있었다.
퍼레이드가 진행 중일 땐 이용객 수십 명이 빈틈없이 붙어 앉아 관람했다. 곳곳에 2m 거리 두기를 준수해달라는 안내 푯말을 든 직원들이 서있었지만,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아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내리고 간식을 먹으며 퍼레이드를 보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간이음식점 근처 의자엔 '턱스크'를 한 채 간식을 먹는 사람들로 빈틈이 없었고, 비교적 사람들이 적은 야외 놀이시설에선 마스크를 벗거나 손에 든 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커피를 마시던 오모(24)씨는 "줄 서는 건 코로나19 이전과 똑같은 것 같고, 방역 때문에 제약이 있다는 건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의 경우, 놀이공원은 수용가능 인원이 제한되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제약이 없다. PC방이나 오락실 등에선 음식 섭취가 금지되지만, 놀이공원은 옆사람과 붙어 앉아서 먹더라도 제한이 없다.
비슷한 시간, 롯데월드 인근 커피전문점은 주말 오후인데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디저트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말 영업을 포기했다. 평일에도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형 좌석 대신 매장 내 이용 인원을 줄이기 위해 혼자 앉는 테이블을 설치했다. 당연히 매장 내 이용객은 절반으로 줄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대형 쇼핑몰과 놀이공원 등에 적용되는 방역수칙이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송파구 방이동의 음식점 직원 조모(32)씨는 "식당보다 훨씬 붐비는 백화점은 이용 제한이 없는데, 자영업자에게만 너무 가혹하게 방역수칙을 적용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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