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적어도 2021년 말까지는 대한민국을 옥죄고 통제할 예정이다. 누적 확진자 9만5,000여 명, 약 70만의 누적 검사 건수, 누적 확진율은 1.4%. 하루 확진자의 수는 인구 10만 명당 한 명일 뿐으로 우리의 방역 수준은 세계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아동 학대와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증가했다는데, 아직 팬데믹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는 안녕한가.
과학자는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고 싶어 한다. 만일 현장에서 신속하게 코로나19의 RNA를 진단하고 재빠르게 감염자를 분리한다면 대다수의 비감염자들은 지정된 공간에서 대면으로 만나도 되지 않을까. 한두 시간 전에 먼저 와서 신속하게 검사 받을 수 있다면 신입생들의 동아리 오디션도 가능할 것이다.
서울대가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대학의 시범 사업을 필두로 신속 분자 진단법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대학은 강의만 듣는 곳이 아니다. 학생과 학생이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곳이다. 대학이 좋은 모델을 개발한다면 등교를 결정했으나 아직 불안해하는 전국 초·중·고 학교들에 진일보된 방역 방법을 보완책으로 제시하여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는 분자 진단법에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외에도 등온 핵산증폭법(LAMP)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방법이 포함된다. 서울대는 입찰 경쟁을 통해 학교 현장에 적합한 패키지를 선정하려고 한다. 다양한 방법들이 제안된다면 이 기회에 우리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두려움이 없지는 않다. 외국의 선례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니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데 어찌 걱정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12명이 참가한 자연과학대학 대학원 학생들의 설문 조사 결과는 고무적이다. 90% 이상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검사에 참여하겠다고 답했고 82%의 학생들이 신속 분자 진단법의 도입이 안전한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신속 분자 진단법이 한국 상황에서 팬데믹을 탈출할 출구 전략이 될 것이라고 이해하고 기대하고 있다.
사회가 위험에 처했을 때 뒷짐 지고 있는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다. 대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곳,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에서 세금으로 지원하고 평생을 번 돈을 인류의 미래를 위해 써 달라고 쾌척해도 좋은 곳이 되지 않겠는가. 그 마음이 팬데믹 출구 전략으로써 주기적인 신속 분자 진단법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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