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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인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및 옷 로비 의혹으로 시작된 특별검사의 수사는 지금까지 모두 13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성공적인 수사 성과를 남긴 특검은 이용호 게이트(2001년), 대북 송금(2003년),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2016년) 특검 정도가 꼽힌다. 법을 도구화하는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특검이 출범하다 보니 대부분 실체적 진실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국민 혈세만 축낸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특검처럼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경우를 빼곤 대부분 특검은 정쟁의 산물이었다. 여야는 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특검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다. 명칭부터 수사팀 구성, 수사 기간과 범위에 이르기까지 특검법 성안 과정과 내용을 보면 수사의 성패를 점칠 수 있을 정도였다. 특검은 정치 공방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특검 도입을 놓고 여야가 맞서다 슬며시 용도 폐기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 LH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론이 등장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제안에 당 지도부가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매머드급 특별수사단을 꾸린 국가수사본부에 청와대와 정부가 힘을 싣는 마당에 나온 급작스러운 특검 도입 주장이라 진의인지 궁금해진다. 더구나 수사 대상ㆍ범위가 대규모이고 국수본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특히 새로운 검경 수사 체계 가동과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점검할 기회라는 점을 무시한 채 기존의 '검수완박' 기조와 배치되는 ‘갑툭튀’ 특검이라니….
□ LH 사건으로 의원 6명 가족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당이 수세에 몰렸다. 4ㆍ7 재ㆍ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엔 최대 악재다. 그렇다고 LH 직원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실체 규명이 급한 상황에서 여야 협상과 법안 통과, 수사팀 구성까지 두세 달은 걸릴 특검 도입 주장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듯하다. 기껏해야 “무엇을 숨기고 싶어 특검을 거부하냐”(고민정 의원)는 정도의 야당 공격용이라면 차라리 국회의원 전수조사 요구에 주력하는 게 낫다. 특검이 정말 효율적인 수사 방식이라고 본다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게 당당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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