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5세 이상 고령자와 보건교사 등을 포함한 1,150만여 명에게 2분기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이 기간 안에 도입 일정과 물량이 확정된 백신은 인원수 대비 약 70%에 그친다. 접종 계획을 다 짜놨는데 백신이 부족하면 헛일이다. 정부는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이 2분기 중 도입될 예정이라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접종대상자들이 맞을 백신 종류를 변경해야 한다. 불필요한 잡음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화이자, AZ 백신도 모자란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5일 2분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과 순서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아스트라제네카 455만 명분, 화이자 350만 명분이 도입되는 일정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총 805만 명분으로, 2분기 계획에 포함된 접종 대상 전체 인원 1,150만2,400명의 약 70%에 해당한다. 나머지 345만2,400명을 맞힐 백신은 공급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2분기 공급 시기가 '분기' '월'이 아닌 '주' 단위로 확정된 건 화이자 백신뿐이다. 화이자와 개별 계약한 50만 명분이 이달 3~4주에 들어온다. 이 물량은 4~6월 사이 도입될 300만 명분과 함께 노인시설(주거복지, 주·야간보호, 단기보호시설)의 입소자와 종사자 15만8,000명, 75세 이상 일반 고령자 364만 명에게 접종된다. 이렇게 단순 비교만 해봐도 화이자 백신 도입물량(350만 명분)은 접종인원(379만8,000명)보다 적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접종률 80~90%를 감안하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머지 770만4,400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은 세부 일정이 여전히 미정이다. 국제 백신공동구매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이달 중 34만5,000명분, 4~5월 사이 70만5,000명분이 들어오고, 제약사와 별도로 계약한 물량 350만 명분은 5~6월 도입 예정이다. 성공적으로 공급된다 해도 2분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물량은 455만 명분밖에 안 된다. 화이자 백신에 비해 훨씬 부족하다.
지난달 도입된 아스트라제네카(78만7,000명분)와 코백스 화이자(5만8,000명분) 백신은 요양병원 등에 쓰이니까, 결국 4월 이후 접종은 ‘2분기 중 언젠가 들어올 백신'에 기대는 셈이다. 1분기 1차 접종자의 2차 접종용 물량을 1차 접종에 쓰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방역당국은 아직 이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다.
다른 백신 오면 2분기 계획 바뀔 수도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추가로 받아내야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이들 백신 공급은 원활하지 못하다. 해결책 중 하나는 2분기 공급 예정이라 밝혔던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을 받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불투명하다. 정은경 단장은 "공급시기를 협의 중"이란 말만 반복했다.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 중 일부가 2분기에 들어온다면, 2분기 접종 계획을 바꿔야 한다. 정은경 단장은 “노바백스나 얀센 백신은 실온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이나 연령에 따라 접종 대상,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며 “(오늘 발표한 계획에서) 변경되는 부분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백신 종류가 다양해지면 접종 대상자들 사이에서 원하는 백신을 맞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자칫 사회 갈등으로 번져 접종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정 단장은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5종 백신은 모두 임상시험과 각국 허가를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