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보다 더 큰 위협은 없습니다. 기후변화 전문가 홍제우 박사가 관련된 이슈와 쟁점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의 파급 효과를 사회 전반에 걸쳐 느끼는 요즘이다. 최근 한 대학 기계공학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 요청을 받고 적잖게 놀랐다.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공학도들이 영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전통적으로 기후변화를 주요하게 다루었던 분야를 뛰어넘어 산업·경제에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키워드가 자리를 잡는 양상이다. 많은 중앙부처나 지방정부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계획을 수립하고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만드는 주류화 실현에 한발 나아가는 것은 고무적이나, 한편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기후변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목표로 비칠까 두렵다. 백신이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IPCC 1.5℃ 특별보고서'(2018)에 따르면, 2050년보다 이른 시점에 이산화탄소 순무배출(net-zero emission)에 도달하고, 메탄이나 아산화질소와 같은 비이산화탄소(non-CO2)의 저감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지구온난화 수준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 수준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 1.5℃ 수준이면 과연 안전한 사회일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의 온난화 수준이 약 1℃ 수준이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보다 0.5℃ 더 높아진다면, 우리가 겪을 피해는 지금보다 더 극심할 것이 분명하다.
"Mind the gap."(간격에 주의하세요.)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한 번은 들어야 하는, 런던을 상징하는 문장이다. 최근 기후변화 적응 '갭 보고서(gap report)' 작성 연구진 회의에 참석해서 혼자서 런던 지하철을 떠올리고 있었다. 갭을 정의하려면 목표점이 필요한데, 기후변화 대응의 목표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지하철에서는 승객들이 갭을 염두에 두고 열차에 조심히 올라타야, 비로소 출발할 준비가 완료된다. 어쩌면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은 공사가 덜 된 승강장에 갈 곳 잃은 승객들이 가득한 상황은 아닐까?
기후변화 대응 목표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사회 구성원 전반이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은 '기후 리터러시(literacy) 가이드'를 통해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기후변화의 원칙을 제시했다. 같은 날 KBS에서는 수십 년간 제자리에 멈춰선 우리나라 기후변화 교과서 실태를 보도해서 마음이 아팠다. 기후변화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지만, 모두가 기후변화의 핵심을 이해하고 동의하는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면 좋겠다.
미래세대가 최신의 기후변화 교양을 갖출 수 있는, 교육 과정 마련이 시급하다.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승강장은 열심히 달려와서 멀리뛰기 점프를 해도 열차에 닿기 힘든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이 소중한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시작은 시작일 뿐이라고 바뀐 지 오래다. 하루빨리 탄력을 받아서 '2045 탄소중립' '2040 탄소중립'으로 업데이트가 거듭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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