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룰 협상이 17일 또 결렬됐다. 두 후보 간 TV토론 이후 민심의 변화가 예상되면서 양측 협상단의 셈법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협상 막판 진통이 계속되면서 야권 내부에서는 단일화 무산 우려까지 흘러나온다.
이틀째 마라톤 협상에도 ‘평행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단은 이날 세 차례나 만남을 이어갔지만 단일화 룰에 합의하지 못했다. 회동 직후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양당이 제안과 수정 제안을 거듭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고,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오늘은 더 논의해도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9일 실무협상에 돌입한 후 여론조사 문항에 '소속정당을 함께 제시해 후보 적합도를 묻는 방식'(국민의힘), '정당명에 관계없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쟁력을 묻는 질문'(국민의당)을 두고 대립해왔다. 적합도는 오 후보, 경쟁력은 안 후보에 각각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협상단은 이날 '절충안'을 두고 마주 앉았다. 국민의힘 측은 여론조사 문구를 박 후보가 아닌 오 후보와 안 후보 간 경쟁력을 묻되, 조사대상의 전화번호를 100% 무선전화(휴대폰)가 아닌 유선전화(집전화)를 10% 정도 포함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유선전화 반영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수 민심의 반영이 높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선호하는 안은 아니다.
국민의당은 유선전화 반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① 박영선 후보와의 경쟁력을 묻는 가상대결을 수용하면 유선전화 10% 반영 ②유선전화 반영 없이 경쟁력+적합도 조사를 역제안했으나, 이 안은 국민의힘이 받지 않았다.
두 후보가 약속한 후보등록일(19일) 전 단일화를 위한 17, 18일 여론조사는 무산됐다. 다만 양측은 18일 오전 중 추가 협상 의지를 내비치며, 극적 타결 가능성을 남겼다.
단일화 시기를 둘러싼 다른 셈법
양측이 여론조사 룰을 두고 지리한 샅바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여론조사 시기를 둘러싼 양측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단일화 시기와 관련해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오 후보가 당내 경선으로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반사이익까지 누리면서 상승세가 뚜렷했다.
다만 전날 TV토론에서 안 후보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관여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LH 사태에 따른 불똥이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언급하며 강경하게 부인했으나 의혹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민심의 영향이 미칠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당 내에서도 단일화 일정을 마냥 늦추는 게 최선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당은 오 후보의 상승세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한 상황이라 '19일 단일화'를 재촉했다. 단일화 룰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자, 안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단일후보가 안 돼도 국민의힘과 합당한다"고 선언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특히 16, 17일 보수 유튜브 채널에 세 차례나 출연하면서 활동 반경도 넓혔다. 오 후보에게 기울어진 5060 보수 표심을 붙잡겠다는 계산이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협상 시한을 마냥 늦출 경우 조직력을 갖춘 제1야당 소속인 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단일후보 선출 일정은) 하루 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배경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단일화 협상이 길어지면서 안 후보가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그런 점이 여론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변수"라고 말했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19일까지 단일화 합의에 실패할 경우,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9일 전까지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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