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공급 문제로 EU·英 갈등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부족 문제를 놓고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또 다시 맞붙었다. EU는 회원국 국민을 위해 영국으로 가는 백신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위협했고, 영국은 "비민주 국가들이나 구사하는 벼랑 끝 전술"이라며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영국에서 백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만약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보다 접종률이 높은 국가로의 수출이 균형적인지 재고해 볼 것"이라고 수출 금지 조치를 언급했다. EU 전체 코로나19 사망자가 55만명을 넘고 평균 백신 접종률은 10% 남짓에 불과한 상황에서 각국에서 다시 감염자가 늘며 3차 대유행 조짐까지 보이자 극단적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면서 접종을 일시 중단하는 나라가 늘어 EU 전체가 백신 접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대놓고 영국을 겨냥했다. 미국산 백신은 순조롭게 EU로 수입되고 있지만, 영국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공급 물량이 달려 EU의 접종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반면 EU 생산 물량은 1,000만도스가 영국으로 건너갔다면서 양자간 수출입 불균형을 비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세기의 위협에 놓여 있다"며 "회원국에서 3차 대유행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올 1월 30일부터 제약사들이 EU 상샌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을 뒀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호주 수출을 막아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국은 이런 EU의 강경한 태도에 기가 차다는 입장이다. "EU에서 영국으로 백신이 건너오는 것은 계약에 따른 것"이라 문제될 게 없으며 공급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는 법적 공급 계약을 축소시키거나 훼방놓으면 안된다고 말해 왔다"며 "합법적으로 맺어진 계약이 존중받고 지속적으로 공급이 보장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브 장관은 또한 "솔직히 우리가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며 "정상적으로는 비민주적인 국가들이 벼랑 끝 전술을 쓸 때 영국과 유럽이 팀을 이뤄서 대항해야 하는 것"이라고 EU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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