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한국계 의원, ‘性중독’ 발표·보도 비판
교민들 "암담·충격"… 공관들, 안전 유의 당부
“명백한 ‘증오 범죄’다.”
미국 한인사회는 애틀랜타 연쇄 총격의 본질을 의심하지 않았다. ‘성(性)중독’ 가능성 제기는 이를 호도하기 십상이라는 것이 여성 4명이 희생된 한국계 공동체의 확신이다. ‘나도 인종 범죄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교민들이 떨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는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날 총격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미 전 지역에서 발생한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 발표나 언론의 보도 내용은 이들의 판단과 어긋난다. 한인회는 “미디어들이 용의자가 성중독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 증오 범죄 가능성을 애써 감추는 행태를 보인다”며 1992년 LA 폭동을 언론이 한인과 흑인 간 갈등으로 몰아간 일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왜곡되지 않도록 미 언론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애틀랜타 경찰, 미 연방수사국(FBI) 등 관계기관이 증오 범죄로 수사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한국계 정치인들도 한목소리다.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이날 의회 발언, 트위터 글을 통해 전날 총격이 증오 범죄였음을 강조하는 한편 여성에 대한 총기 폭력의 인종적 동기가 규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태미 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의원은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집착해 그들을 쐈다. 이 사건을 증오 범죄 대신 다른 것으로 부를 수 없다”고, 미셸 박 스틸 공화당 하원의원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교민사회는 동요하고 있다. 증오가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이다. 30여년 전 정착했다는 조지아주 교민은 연합뉴스에 “그간 동남부 지역에는 반(反)아시안 범죄가 드물었다”며 “굉장히 암담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인터넷에도 “무섭고 불안하다”, “살아갈 일이 걱정” 같은 글이 올라왔고, 자구 방안으로 총기 구매를 고려하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인회 대표들은 대책 마련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주미 한국 공관들은 일단 단속이 우선이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이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안내문을 통해 “유사한 범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고,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아예 ‘인종차별 및 혐오 범죄 발생 관련 신변 안전 유의’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렸다.
물론 공포 분위기는 아시아계 이민 사회에 전반적이다. 중국계인 주디 추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미 일간 USA투데이에 “이번 범죄는 공포 그 이상”이라며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위 환경과 자기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그레이스 카오 미 예일대 사회학과 교수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인종과 떼어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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