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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위한 사회적 대타협 없이 한국의 미래 기대하기 어렵다”

입력
2021.03.18 20:00
수정
2021.03.19 14:1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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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이 지난 16일 한국일보사에서 "4월 재·보궐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이 지난 16일 한국일보사에서 "4월 재·보궐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저서 ‘기로에 선 한국경제’를 출간했다. 지난해 4월 총선과 8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는 와중에도 경제 관료와 현장 전문가, 젊은이들과 꾸준한 토론을 통해 한국 경제와 활로를 모색한 결과물이다. 김 전 장관은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일자리 양극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의 대폭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고언도 주저하지 않는다. “모든 자리에서 밥값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정치인 김부겸을 만나 책과 현안에 관해 물었다.

_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정치하는 사람에게 당선, 낙선이라는 게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래도 연거푸 낙선하니 꽤 아프더라. 제도 정치권에 입문한 30년 동안 제가 모셨던 훌륭한 지도자들, 그중 고 김대중 대통령의 화해와 통합의 정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불의에 대한 정당한 분노 열정, 그리고 내 소신인 협치와 공정, 통합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한 발 떨어져서 여의도와 대한민국 정치,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바라볼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_김 전 장관에 대한 인터넷 댓글 몇 개를 골라봤다. 우선 “행안부에서 어떤 일을 했느냐”는 질문이다.

“정부 부처 중에서 어떤 특정 부처의 일이라고 딱 정해지지 않은 모든 일이 전부 행정안전부의 일이다. 만일 우주선이 대한민국 상공에 나타났을 때 첫 교섭은 누가 해야 하느냐면, 외교부나 과학기술통신부가 아니라, 먼저 행안부가 해야 한다는 농담이 있다. 취임 첫날 충북 진천의 가뭄 피해지역 현장에 가서 마늘 수확을 도왔으며, 포항 지진과 수능 연기를 결정한 것 그리고 제천 목욕탕과 밀양 요양병원 화재 수습 등이 기억에 남는다. 정책적으로는 소방관 국가직화와 지방자치법을 30년 만에 전면 개정한 것이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도 만들었다. 임기 마지막 강원도 산불 현장에 가느라 퇴임식도 못했다. 2년 늘 공직을 맡는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지를 염두에 두었으며, 밥값은 했다고 자부한다.”

_두 번째 댓글은 “이명박 시절에 듣던 노동 유연화라는 소리를 김부겸, 이재명 때문에 2020년대에 또 듣네”이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 유연화는 아마 좀 더 자유로운 해고에 방점이 있었다. 하지만 제가 주장하는 노동 유연화는 노동시간이라든가 노동환경, 업무 전환 등 노동 조건 변경을 유연화하자는 것이다. 현재 노사관계 큰 틀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짜여있다. 하지만 현재는 비정규직, 특수형태고용(특고), 일용직 등의 영역이 오히려 더 커져 전통적인 노사관계 규칙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정규직ㆍ 비정규직’의 틀에만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

_세 번째 댓글은 “매번 부산은 김영춘, 대구는 김부겸. 지겹다”이다.

“나는 지역주의가 더 지겹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나와 김영춘 의원 모두 당선돼 조금은 지역주의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기대했는데, 21대 총선에서 다시 살아났다. 국민의 삶에는 도움도 안 되면서, 마치 지역주의가 대단한 가치인 것처럼 선동하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허울 좋은 말이 여전히 통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겠나. 코로나19가 지역별로 달리 나타나는가. 또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이 지역별로 다를까. 아니다. 국민의 손으로 이걸 깨줄 것이라 기대한다.”

_‘기로에 선 한국경제’에는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들을 망라하고 있고, 진지한 해법도 담겨 있다. 하지만 해법을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기득권과 노조의 반발, 조세저항 등 모든 문제마다 해결하기 힘든 걸림돌이 존재한다.

“우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모든 국민이 인식하도록 노력하고 이런 공통 인식 토대 위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 수밖에 없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 책이 그런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결국 서로가 고통을 나눌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자손들에게 넘겨줄 이 공동체를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_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장치로 우선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제시했다. 왜 기본소득제인가.

“이 정도 최소한의 안전판은 마련해야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우선 현재 우리 사회안전망으로는 긴급한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고, 사회안전망 전반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며, 기본소득제는 기존 사회안전망 개편과정에서 좋은 대안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기초노인연금이 대략 30만 원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기본소득 도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제를 통해 현재의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 또 사회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여야가 정쟁을 떠나 범국민적 합의와 대타협을 끌어내는 생산적인 공론장을 펼치길 기대한다.”

_사실 기본소득제라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먼저 떠오른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차이점은.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얇게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단기적으로는 1년에 50만 원, 중기적 연 100만 원, 장기적 연 200만~600만 원이다. 반면 내가 제안하는 것은 기존 복지제도를 전반적으로 리셋해 ‘기본소득과 사회안전망 재편’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것이다.”

_결국 문제는 재원이다. 월 30만 원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려면 연 190조 원이 필요한데, 그중 기존 복지제도 대체 또는 재정지출 조절로 90조 원을 조달하고 세제개편과 세정개혁을 통해 나머지 10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세제개편과 개혁의 주요 내용은 각종 세 감면 축소, 부가세 소득세 인상이다. 과연 이 정도 증세가 실현 가능한가.

“쉽지 않은 얘기지만, 기본소득을 논의하며 증세에 대해 회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부유층 소득세는 추가 인상 여력이 거의 없다. 우선 부가가치세를 3%포인트 정도를 인상해야 한다.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있다. 증세의 부담이 나한테만 불공평하게 전가되지 않는다는 점, 증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시도해 볼 만하다. 또 기본소득 취지와 중복되는 소득세 공제와 감면의 축소 또는 폐지를 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보편적 권리로서의 복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식은 이미 많이 성숙해 있다.”

_이렇게 증세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선거에 나선다면,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거하는 것만큼 힘들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떡하겠나. 증세가 두렵다고 이 문제를 회피하면 다른 사회 변화나 사회ㆍ경제적 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은 더 이상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는 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점점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솔직하게 문제와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_우파는 기본소득제보다 일정 수준 이하의 근로자에게는 보조금을 주는‘부(負)의 소득세’(NIT)나 근로장려세제(EITC)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건 상당히 복잡한 논쟁이지만 간단히 이렇게 설명하겠다. NIT, EITC는 우선 일자리가 있다는 걸 전제하는 복지제도이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일할 기회 자체를 받지 못하는 국민이 상당히 많다. 이들에게도 사회안전망의 손길이 닿으려면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

_줄어드는 일자리, 장기 청년실업 증가, 정규ㆍ비정규직 대기업ㆍ중소기업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이 우리 사회 활력을 사라지게 하는 기본 요인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뭔가.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서간 나라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 그나마 최근 성장의 탄력을 받는 국가들을 보니 결국 창업 국가들이다. 젊은이들이 기존 기업에 취업하도록 하기보다, 창업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도 대학 졸업자가 1년에 800만 명 정도인데 그중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150만 명이다. 정부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민간이 유망한 창업희망자를 발굴해 먼저 1억~2억 원 내외를 투자한 후 정부에 추천하면 정부가 그중에 창업팀을 선정해 기술개발 지원금 등을 지원해 벤처기업으로 육성하는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ㆍ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가 현재 많은 성공사례를 내놓고 있다.”

_청년들은 그렇게 길을 열 수 있지만, 한계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무슨 단기 해법이 있겠나. 실직해도 전직을 위한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춰줘야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수 있다.”

_사회안전망과 함께 규제 완화도 속도를 내야 한다.

“동의한다. 우리 정부도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서 했는데 여전히 기업은 미진하다고 느낀다. 장관 시절 완화가 잘 안 되는 규제를 살펴보면, 대부분 기득권이 완고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래도 3년간의 토론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을 이뤄냈다.”

_책에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구조 개혁 주장도 담겨 있다. 이 역시 정치인들이 되도록 언급하기를 피하는 뜨거운 감자인데.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의 구조 개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은 이미 고갈상태고, 국민연금도 현행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2057년 기금이 바닥나게 되어 있는데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이다. 2019년 8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3가지 선택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논의가 진전이 안 된 상태다. 현 정부 내 연금개혁은 물 건너갔다. 지금 논의를 회피하면 결국 다음 세대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기본소득을 비롯해 사회안전망 전반에 대한 재편을 검토하면서, 4대 공적연금 구조 개혁도 연계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은 16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전 국민이 고통 분담의 용기를 발휘해야 현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은 16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전 국민이 고통 분담의 용기를 발휘해야 현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_신도시 예정지에 대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국민들의 공분이 크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소위 문제가 된 그곳만 조사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본다. 대상자도 전체 선출직 공무원, 공직자 등 광범위하게 잡고 그 대상도 가명, 차명까지 포함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에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조사는 다음 정부까지 이어질 것이다.”

_ 경찰을 지휘한 장관으로서 새로 설립된 국가수사본부가 규모가 크고 혐의 입증도 까다로운 투기 의혹 수사를 할 역량을 갖췄다고 보나.

“이번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주도하지만, 국세청, 금융위, 부동산원 등 관련 조사기관들이 참여해 770명 규모의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진행한다. 전문 기관이 총망라되어 사건분석, 자금분석, 부동산 투기 조사 등의 역할을 나눠서 진행한다. 물론 경찰은 역량을 갖추고 있다. 새로 시행된 수사권 조정 원칙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맡지만, 이번 LH 투기 사건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위 등 정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국수본-대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검경은 더욱 강력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다시는 이런 불공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초강력 대처해야 한다. 국수본도 조직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수사해야 한다.”

_문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LH사건은 ‘공정’이란 원칙이 또다시 훼손된 것이며, 이에 대한 분노가 크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인 소위 86세대가 겉으로는 공정을 내세우며 각종 반칙과 위선을 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86세대의 선배이자 함께 민주화 투쟁을 해온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소위 86세대를 대표하는 몇몇 정치인과 유력인들이 부동산ㆍ성범죄 등의 내로남불 모습을 보인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사회 곳곳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 세대의 수많은 사람들을 함께 매도할 수는 없다. 다만, 86세대가 과연 외환위기를 겪은 70년대생과 금융위기, 일자리 절벽 등을 경험한 20, 30대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심각히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86세대가 공정, 정의, 인권, 도덕성을 강조했지만, 이들은 스스로 자녀의 대학 입시 불공정, 성폭행 논란, 부동산 투기 문제 등에 휩쓸려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 민주화와 개혁의 공만 내세우기보다 젊은 세대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_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를 보면 이들의 공정성도 너무 협소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사회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젊은 세대의 절박함에 먼저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는 공정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 자신들의 절박한 처지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삶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젊은 세대의 공정에서 중요한 건 절차적 투명성과 객관적 수치다. 인국공 사태 때 젊은이들은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스펙 쌓고 죽으라 공부하는데, 몇 년 비정규직을 했다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는 게 공정한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가진 공정이 공평과 정의의 개념이 절차의 공정성뿐 아니라 기회의 공평으로까지 확장됐으면 좋겠다. 절차의 공정성만 따지다 보면 사회적으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뒤로 밀리게 된다. 물론 이런 상황은 젊은이들의 탓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이미 내 부모의 사회ㆍ경제적 조건이 주어져 있고 거기서 벗어나기 힘들다. 결국 내가 열심히 공부해 자격시험 보는 것이 유일한 활로이다. 하지만 그런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죄송하지만 젊은 세대들도 절차의 공정성에서 공평, 정의 등으로 사고를 더 확장해 주기를 기대한다.”

_최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추진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피력하셨는데

“국회에서 여야 합의해 처리됐지만, 절차적 문제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가덕도 신공항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제기되는 안정성, 경제성, 환경 문제 등에 대해 충분히 검증하고 대책을 마련하며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처리로 결론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동남권 신공항이 공론화되어 박근혜 정부에서 김해신공항 확장안으로 결정됐다. 김해신공항 확장은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등 5개 자치단체가 합의했다. 그 합의가 국회에서 깨진 만큼, 대구ㆍ경북 주민에게도 이해할 만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토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덕도 신공항은 필요하다. 부산, 울산, 경남 기업들의 물류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850만 주민의 일자리를 튼튼하게 지키는 효과를 기대한다.”

_현재 재·보선에서 여당이 대부분 뒤지는 거로 나타났다. LH 영향이 크지만, 집권 말기에 정부 여당에서 민심이 떠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우려하고 있다. 후보의 개인적 경쟁력과 함께 정권 초기 가졌던 마음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심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판도를 바꿀 묘책은 없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 4년간 정부가 해온 일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는 성격이 있다. 그래서 국민들한테 회초리 맞을 일이 있다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회초리를 맞는 분위기지만, 현재 여당 후보가 내세운 서울과 부산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유권자가 평가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

_총선과 당 대표 선거 패배에도 김 장관의 향후 선택지는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론하자면 당 대표, 차기 대선 후보도 있고 총리설도 나온다. 셋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을 순서대로 꼽는다면.

“전부 다 확률이 낮은 것들이라 무얼 앞에 세울지 모르겠다. 또 앞으로 행보의 선택지가 세 가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제 심경을 솔직히 털어놓자면, 제가 정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저를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신 그런 분들에게 도리를 다할 방법이 무엇일까. 특히 이 시기에 집권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여러 가지로 실망하는 국민에게 어떤 자세와 비전으로 대한민국 공동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할까. 이런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겠다.”

정영오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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