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 검사 행정명령
안내 부족으로 혼란 키워…"인권 침해" 지적도
서울시가 서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을 두고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검사를 받아야 할 정확한 대상이 누구인지 헷갈리며, 왜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서울시는 16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17~31일 외국인 노동자를 한 명이라도 고용한 사람과 외국인 노동자는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사업장에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생활을 하는 경기 지역 공단에서 집단 감염이 이어지면서 서울시로 확산할 우려가 나오자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갖가지 질문을 던지며 서울시의 발표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외국인 누리꾼들은 트위터에 "혼란스러운 발표다. 영주권자들한테 검사를 받으란 건가, 특수고용근로자들을 말하는 건가", "이 조치가 프리랜서들한테도 적용되나"라고 물었다.
주재원·스포츠 선수·아르바이트 외국인은 검사 대상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해 보면 서울에 있는 사업장에서 고용된 노동자, 고용주와 노동자 간 노사 관계가 성립된 외국인은 진단 검사 대상이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이 코로나19 3차 유행 장기화의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 만큼, 외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는 것을 미리 막겠다는 취지다.
①글로벌 기업 소속으로 한국지사에 파견 온 주재원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지사에 속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 자동차 회사인 BMW·메르세데스 벤츠의 한국지사로 장기간 파견을 온 독일인 임직원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②해외 언론사의 서울 특파원도 한국지사 소속으로 서울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서울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노동자)은 검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③야구, 농구, 배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팀에 속한 외국인 선수는 사업주에게 고용된 상태인 만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④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신분은 유학생이지만 사업주와 노사관계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도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프리랜서·외교관은 검사 대상 아냐
반면 ①프리랜서는 검사 대상에서 빠진다. 노사 관계가 성립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리랜서는 고용주가 없어 노동자로 분류하기 어렵다"며 "강제로 검사를 받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반면 ②근무지는 경기나 인천이지만 업무를 이유로 서울을 왔다 갔다 하는 외국인은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장 내 노사관계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노동자일 경우에 한한다"며 "집단 감염이 개별 외국인 사이에서 발생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③각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역시 검사 대상이 아니다. 외교관도 사업장 내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④외교관의 가족들도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⑤서울에 거주하는 유학생과 어학원 학생들도 검사 받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 "외국인들 질문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그러나 서울시가 행정명령을 내리기 전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 조차 아직 정확히 누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일보가 서울시에 '업무를 이유로 단기간 체류 중인 외국인은 검사 대상에 포함되느냐'고 묻자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사 기간인 17~31일 사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라면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면서도 "단기 비자 포함 여부는 안내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는 검사 대상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 형태가 다양하다 보니 생각하지 못한 사례에 대한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혼란이 없도록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사전 안내가 미흡하다 보니 외국인들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BBC 서울 특파원인 로라 비커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서울시가 의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해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그런데 현재 서울시 사이트에는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서둘러 다양한 언어로 행정명령을 번역하는 작업에 나섰다. 서울시는 안내 부족 지적에 대해 "현재 행정명령을 다국어로 번역 중"이라며 "상담센터에서도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부당한 차별, 즉각 철회해야"
일부에선 검사 의무 대상에 외국인 노동자를 특정해 인종차별, 인권 침해란 비판이 나온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인종차별 행위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국제적으로 망신당할 수도 있다.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일갈했다.
서울시는 이를 두고 "저희는 방역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최근 3개월 동안 발생한 서울시 확진자 중 외국인 비율이 6.3%로 급증하는 추세여서 확산 방지를 위해 검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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