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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제2의 카카오'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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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제2의 카카오'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

입력
2021.03.20 12:33
수정
2021.03.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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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랩테크, 필리핀에서 가상화폐·결제 라이선스 취득

슬랩테크가 2019년 10월15일 필리핀에서 열린 핀테크 박람회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이주원 부대표, 강경수 대표. 사진=슬랩테크

슬랩테크가 2019년 10월15일 필리핀에서 열린 핀테크 박람회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이주원 부대표, 강경수 대표. 사진=슬랩테크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창업 4년만에 필리핀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와 결제 사업을 위한 정부 면허(라이선스)를 잇따라 따냈다. 대형 금융사도 아닌 스타트업이 깐깐한 금융당국의 문턱을 연이어 넘은 거라 현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슬랩테크(slaptech)는 지난해 9월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영업에 필요한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에 결제·송금 사업 라이선스까지 취득했다고 19일 밝혔다. 현재 필리핀엔 총 15개 업체가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정부 승인을 받았는데, 이 중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는 5곳에 불과하다.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필리핀은 거래소 정식 인가를 내줄 때 깐깐한 검증을 거친다. 예비 사업심사와 기술심사를 통과하면 1년짜리 임시 면허를 발급하고, 이후 자본금 기준(1억 페소·한화 23억원)과 금융권 수준의 보안 수준 등을 따지는 종합 심사를 통과해야 정식 라이선스를 내준다.

슬랩테크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핀테크 업체다. 이 업체는 2016년 5월 필리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필리핀은 금융산업이 워낙 낙후돼 우리나라에선 당연하게 여기는 간편송금·결제 같은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반인 '가상화폐'를 이용하면 새로운 송금·결제 서비스를 선보여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예컨대 필리핀은 해외 파견 노동자만 230만여명에 달해 본국으로 돈을 보내려는 송금 수요가 엄청나다. 하지만 은행 계좌 보유 비중이 20%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은행 산업이 낙후돼 있다 보니 대부분의 필리핀인들은 수수료가 비싼 송금업체에 의존한다. 이주원 슬랩테크 부대표는 "가상화폐를 이용하면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2020년 11월21일 필리핀 현지 매체인 마닐라타임즈에 소개된 필랩테크 기사. 자료=슬랩테크

2020년 11월21일 필리핀 현지 매체인 마닐라타임즈에 소개된 필랩테크 기사. 자료=슬랩테크

슬랩테크는 필리핀 마닐라에 오프라인 가상화폐 지점(벡스프레스·bexpress)을 세우고 2018년엔 국내서 개발한 가상화폐 거래와 결제시스템이 합쳐진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필리핀에서 오프라인 거래소와 모바일 거래 앱을 운영하는 업체는 슬랩테크가 유일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사업 진출 4년여 만에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정식 인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현지 매체 마닐라타임즈는 "벡스프레스가 앱 출시부터 정식 인가까지 대단한 여정을 거쳤다"며 치켜세웠다.

이 부대표는 앞으로 필리핀에서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결제와 송금 사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변동폭이 커 화폐로 쓰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가상화폐 중에서도 달러와 연동돼 변동폭이 적은 테더(USDT)와 같은 코인은 얼마든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이 부대표의 설명이다. 벡스프레스 가상화폐 지갑에 현금을 넣고 테더로 바꾼 뒤 이를 결제나 송금에 사용하는 식이다. 다음달엔 가상화폐를 이용한 간편결제 플랫폼 'B-pay'도 선보인다.

슬랩테크가 내달 필리핀에 선보일 비페이 플랫폼 화면

슬랩테크가 내달 필리핀에 선보일 비페이 플랫폼 화면

이 부대표는 "굳이 은행을 찾지 않아도 벡스프레스 앱만 깔면 얼마든 송금과 결제를 할 수 있다"며 "시작은 미미하지만 필리핀에서 한국의 카카오처럼 우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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