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찾아 아시아계 공동체 위로
'코로나19 혐오범죄 법' 지지 선언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연쇄 총격사건이 일어난 조지아주(州) 애틀랜타를 19일(현지시간) 찾았다. 참사가 벌어진 지 사흘 만이다.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8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과 폭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에모리대 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면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당한 괴롭힘과 폭력에 대해 들으면서 가슴이 찢어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범행 동기가 무엇이든 우리는 알고 있다. 아시아계는 공격당하고 비난받고 희생양이 되고 괴롭힘을 당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갑절로 고통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아시아계 혐오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 부르며 혐오를 부추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암묵적으로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주의와 혐오를 “추악한 독”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증오의 피난처가 될 수 없다. 모든 미국인은 편견에 맞서야 하고 침묵하는 건 공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우리가 혐오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취임 직후 ‘총기 개혁’ 추진 의지를 밝혔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참사를 “미국의 총기 폭력으로 인한 공공 보건 위기를 보여주는 한 예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애틀랜타 총격사건의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이고 7명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도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를 둔 아시아계다. 그는 “미국에 인종주의는 실재하고, 항상 그래 왔다”며 “외국인 혐오증도, 성차별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과 나는 침묵하지도, 방관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폭력과 혐오범죄, 차별에 맞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애틀랜타 방문은 최근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안 홍보와 관련해 미리 예정돼 있었으나, 16일 애틀랜타 인근 스파 업소 세 곳에서 총격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다급하게 면담 일정이 잡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애틀랜타로 출발하기 전, 혐오범죄에 대한 미 정부의 보고와 대응을 강화하고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혐오범죄 법’을 지지한다는 뜻도 밝혔다.
아시아계를 다독이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계 표심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애틀랜타가 있는 조지아주는 공화당의 오랜 텃밭이었으나 지난해 11월 대선에선 불과 득표율 0.24% 차이로 선거인단 16명을 바이든에게 몰아준, 승리의 일등 공신인 지역이다. 당시 아시아계를 비롯 비(非)백인 유권자의 결집이 큰 원동력이 됐다. AP통신은 “바이든과 해리스는 조지아와 그 주변 지역에서 그들의 대선 승리를 이루게 해 준 공동체를 위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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