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평균 수면 시간 6.7시간에 그쳐
‘잠은 보약’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일상생활을 바꾼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의 수면 만족도가 41%에 그치면서 '수면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필립스가 세계 수면의 날(3월 19일)을 맞아 한국인 999명을 포함한 호주ㆍ브라질ㆍ중국ㆍ프랑스ㆍ독일ㆍ인도ㆍ이탈리아ㆍ일본ㆍ네덜란드ㆍ싱가포르ㆍ영국ㆍ미국 등 13개국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수면 서베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수면 동향’ 결과를 내놨다. 그 결과, 전 세계 13개국 응답자의 55%가 수면에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한국인은 41%만 수면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는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여전히 짧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은 6.9시간, 주말은 7.7시간인 반면 한국인의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은 6.7시간, 주말은 7.4시간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7시간 51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OECD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22분이고, 미국의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48분, 캐나다는 8시간 40분, 프랑스는 8시간 33분 등이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져 먹는 시간이 늘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게다가 수면은 체내의 다양한 신경 호르몬, 지방 및 대사 호르몬과 연결돼 있어 수면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떨어져 비만이 생길 수 있다.
◇잠자기 전후 84%가 휴대폰 사용
전문가들은 침대에서 잠자는 것 외에 휴대폰 사용도 수면을 방해하는 주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올해 13개국 조사 결과 응답자의 84%가 잠자기 직전과 잠에서 깬 뒤에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해 2020년 74%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인도 2명 가운데 1명(55%)은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인은 수면 개선을 위해 ‘TV 시청(33%)’에 도움을 가장 많이 받으려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 중 호흡 정지 혹은 저호흡 상태가 빈번히 발생하는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심한 코골이와 주간 기면(嗜眠) 등의 증상과 함께 다양한 심뇌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수면 장애 질환이다.
이번 조사 결과, 글로벌 응답자 중 수면무호흡증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2%로, 지난해(9%)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8% 정도만 수면무호흡증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양압기를 사용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인도 수면무호흡증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올해 8%로 지난해 5%보다 늘어났다. 그러나 응답자 중 15%가 양압기 치료를 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6%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양압기 사용 중 도중에 포기하는 환자는 전년(10%)보다 절반으로(5%) 줄어 치료 순응도도 개선됐다. 2018년 7월부터 수면 다원 검사와 글로벌 표준 치료법인 양압기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수면 부족하면 면역력 떨어져 암 발생 2배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열린책들 발행)의 저자인 매슈 워커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잠이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진다”고 주장했다. 워커 교수는 “성인 3분의 2 정도가 하룻밤 권장 수면 시간인 8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며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했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이 부족하면 NK세포와 CD4+ T세포 수가 줄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정기영 대한수면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수면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려면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숙면을 하려면 △15분 이상 낮잠 피하기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자기 30분 전 부담 없는 독서나 이완 요법 △새벽에 깨서 시계 보는 것 삼가기 △술·담배·커피 삼가기 △매일 40분 내외 운동을 잠들기 4~5시간 전에는 끝내기 △잠들기 2시간 전 온욕 △침실의 소음과 빛의 통제 등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에 휴대폰 불빛에 노출돼 ‘디지털 숙취’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고, 침실 온도는 18.3도 정도로 선선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햇빛 샤워(일광욕)를 통해 비타민 D를 몸에 만드는 것도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신원철 대한수면학회 홍보이사(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이 부족한 사람에게 체내 비타민 D가 부족하고, 이들에게 비타민 D를 투여했더니 수면의 질이 개선됐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햇빛을 받으면 멜라토닌(수면 유도 호르몬) 분비량이 줄고 약 16시간 뒤에 다시 분비량이 늘면서 숙면을 부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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