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 마코(眞子) 공주의 결혼에 대해 일본 국민 거의 대부분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간아사히 최신호는 지난 2017년 결혼하겠다고 발표한 마코 공주와 고무로 게이(小室圭)씨의 결혼에 대해 일본 국민 1만3,05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97.6%(1만2,749명)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좋다’는 1.1%에 불과했다. 사실상 전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고 봐도 될 만한 수치다.
마코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이자 지난해 11월 왕위 계승 1순위임이 공식 발표된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왕세제의 장녀다. 동생인 가코(佳子)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일본 국민의 관심을 받아 왔다. 2017년 5월, 5년 전부터 사귀었다는 고무로와 결혼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축복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고무로와 그의 가족에 대한 불편한 보도가 잇따르자 상황은 반전됐다. 2018년 2월 결혼이 연기됐고, 그해 6월 고무로가 홀로 갑작스레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두 사람에 대한 여론은 더 나빠졌다.
일본 매체들은 고무로가 도망치듯 떠난 직접적인 원인으로 모친의 빚과 관련한 사안을 들고 있다. 고무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모친 가요씨와 함께 살았다. 가요가 장기간 교제한 남성 A씨는 헤어진 뒤 “그동안 빌려준 돈 400만 엔을 갚으라”고 요구했으나 가요가 “증여 받은 것”이라며 돌려주지 않자 이 사실을 폭로했다. 고무로도 은행을 다니다 퇴사한 후 사실상 무직인 상태라, 국민 세금인 왕실 자금에 기대며 살 것이란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지난해 11월 A씨가 빚 400만 엔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직접적인 장애물은 사라진 듯했다. 결혼은 당사자의 결심만으로 가능하다고 일본 헌법에 명시된 만큼 두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왕실이 국민 감정을 신경 쓰지 않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 나루히토 일왕은 생일 기자회견에서 마코의 결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고 기뻐하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 왕실이 결혼에 부정적이란 의사를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여성 미야케(宮家)’ 인정 여부를 포함,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논의하는 지식인 회의를 신설하고 첫 회의를 열 것이라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미야케란 결혼을 통해 분가한 왕족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의 ‘왕실전범’은 남성에 대해서만 미야케를 인정해, 여성은 일반인과 결혼 시 왕족 신분이 상실된다.
현재 남성 왕족은 나루히토 일왕과 아키히토 상왕까지 포함해 5명뿐이다. 여성 왕족이 모두 결혼하면 왕족이 부족해져 여성 미야케 필요성이 대두된 까닭이다. 그간의 국민 여론은 여성 미야케에 긍정적이었지만, 마코 공주의 결혼에 반감이 커지면서 여론이 냉랭해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여성 미야케 인정 시 가장 먼저 마코 공주와 고무로가 혜택을 본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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