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를 보유한 영국이 우리 군의 경항공모함(3만 톤급) 도입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가 21일(현지시간) “영국이 항모 기술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비공식 대화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발단이다. 올해 하반기 미일 연합훈련을 위해 서태평양에 출격 예정인 퀸 엘리자베스호의 국내 입항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2일 영국 언론의 경항모 관련 보도에 “정부 간에 비공식 대화를 시작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차원이 아닌, 양국 업체 간 소통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퀸 엘리자베스 제작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BAE시스템스와 밥콕, 탈레스가 당시 개발한 체계, 디자인(설계)을 우리 정부에 제안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항모 전단을 운용하는 미국이 아닌 영국의 관심이 큰 건, 우리가 도입하려는 경항모의 핵심 기술과 관련해 영국 기술이 최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9만3,000톤급의 니미츠호 등 주로 대형 핵추진 항모를 보유한 미국과 달리 영국은 주로 중형급(4~7만 톤) 이하 디젤 기반의 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영국이 31억 파운드(4조8,000억 원)를 들여 2017년 야심차게 개발해 취역시킨 퀸 엘리자베스도 6만5,000톤의 중형급 디젤 항모다. 우리 군은 경항모에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할 계획인데, 수직이착륙기를 운용할 수 있는 항모를 제일 먼저 만든 국가도 영국이다.
실제 영국은 우리 군의 경항모 도입 구상 초기부터 관심을 보여 왔다. 올 2월 해군이 주관한 ‘경항모 도입 세미나’에 영국 무관인 마이클 머독 준장이 참석해 서툰 한국어를 섞어가며 항모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이 제공 가능한 기술은 수직이착륙기의 고열을 견디는 갑판 기술과 항모에 장착할 전투지휘체계 등이 될 전망이다. 군 당국은 지난달 ‘경항모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심의, 의결하면서 경항모 설계와 건조는 국내 기술로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함정 건조에만 2조300억 원이 투입될 경항모 사업이 아직 예산조차 배정되지 않은 ‘불확실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해 2021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도입의 적정성을 따지는 ‘사업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았다며 방사청이 요구한 경항모 예산 101억 원을 삭감했다. 그러면서 타당성조사는 물론 경향모의 효용성을 따지는 연구용역까지 진행하라고 했다.
국회의 이 같은 결정에도 군 당국은 올 2월 서욱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방위산업추진위원회를 열어 ‘경항모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의결했다. 이에 지난 1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방부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결정을 무시하고 경항모 도입을 강행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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