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산림 벌채로 사라지는 루돌프

입력
2021.03.23 20:00
수정
2021.03.25 12:40
25면
0 0
김영준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유라시아 북부권과 북미 북부권에 서식하는 순록은 주로 초지 지대에 서식한다. 하지만 초지가 늘어난다고 하여 마냥 행복해질 수 없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모든 것은 균형에 있다. Barbara Jackson ⓒpixabay

유라시아 북부권과 북미 북부권에 서식하는 순록은 주로 초지 지대에 서식한다. 하지만 초지가 늘어난다고 하여 마냥 행복해질 수 없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모든 것은 균형에 있다. Barbara Jackson ⓒpixabay


야생동물 군집은 환경변화에 따라 정상 범주에서 늘고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자연섭리입니다. 자연적 상황에서 변화에 뒤따르지 못한다면 많은 시간 속에서 서서히 쇠멸해 나가는 것 또한 당연하지요. 동시에 변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종은 그 세력을 널리 펼치기도 합니다. 대표적 예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죠. 이렇게 적극 대응하는 종과는 별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 의해 그 수가 변하기도 하지만, 먹이 경쟁이나 환경 이용의 적극성에 따라 포식-피식 관계가 아니더라도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과도한 멧돼지 개체군 증가는 다른 동물과의 먹이 경쟁을 통해 다른 초식동물 개체군 감소에 영향을 줄 수도 있죠. 또는, 도토리를 맺는 나무가 호랑이 수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초식동물이 겨울을 견딤에 있어 도토리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 자원입니다. 이때 멧돼지 같은 초식 혹은 잡식동물의 생식기간 또한 겨울에 맞춰져 있지요. 도토리가 적게 열리면 겨울나기가 어려워지고, 에너지 보충이 충분하지 않기에 번식 실패나 새끼 수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먹이 동물이 줄어들면 포식동물이 새끼를 키울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번식 성공률이 극도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야말로 나비효과처럼 하찮은 도토리 생산량이 호랑이 번식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먹이 경쟁에 밀리는 동물의 경우도 같은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순록 관련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순록은 영어로 카리부 혹은 레인디어라고 부릅니다. 산타클로스의 루돌프가 바로 순록이지요. 추운 지역에 적응한 순록은 코끝까지 털로 덮여 있어 보온 능력이 좋고 눈 속 먹이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되죠. 암수 모두가 뿔이 나는 종으로 뿔만으로는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루돌프가 수컷인지 암컷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캐나다에서 지난 16년간 자료를 바탕으로 무스와 야생 순록집단, 늑대와 토지 수목의 변화 양상과 더불어 무엇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들불 또는 산림 벌채 등의 이유로 지표면이 개방되면, 숲은 더 생산적인 초지로 변합니다. 울창한 나무숲 지붕이 사라진 셈이어서 지표면까지 햇빛이 도달하게 되고, 풀이나 키 작은 나무와 같은 지표식물이 번성할 수 있게 되죠. 사슴이나 토끼와 같은 1차 소비동물과 더불어 스라소니나 늑대와 같은 포식자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숲의 제거가 초지 생활동물에게 마냥 좋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지요. 늘어난 포식자 수는 상대적으로 희귀한 야생 순록에게 더 큰 피해를 끼치게 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먹이 경쟁자인 무스에 비해 순록 번식력이 더 낮다는 점 또한 한몫하게 됩니다. 모든 초지 종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관계에 따라 그 무게추는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야생동물 개체수 변화를 한두 요인으로 단순하게 추정해 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일으키고 있는 생태계 균형 변화에 따라 특정 종은 여전히 생존 기회를 잃어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