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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예능 선정성, 막장 드라마 뺨치네... TV 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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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예능 선정성, 막장 드라마 뺨치네... TV 끌까요?

입력
2021.03.25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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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관찰예능 '아내의 맛'을 통해 잦은 부부싸움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있는 함소원·진화 부부는 수차례 불화설에 휩싸였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피로를 호소하는 지경이다. 방송 캡처

TV조선 관찰예능 '아내의 맛'을 통해 잦은 부부싸움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있는 함소원·진화 부부는 수차례 불화설에 휩싸였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피로를 호소하는 지경이다. 방송 캡처


TV조선 관찰예능 '아내의 맛'에 출연한 함소원의 남편 진화. 방송 캡처

TV조선 관찰예능 '아내의 맛'에 출연한 함소원의 남편 진화. 방송 캡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방송인 함소원은 지난 23일 방송된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아내의 맛)'에 나와 시청자에 사과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다. 부부싸움과 그로 인한 이혼설에 대한 사죄다. 함께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게 부부싸움인데 '대국민' 사과까지 할 일인가. 이쯤되면 남의 부부 갈등을 '구경'하는 게 영 불편해진다. 최근 관찰예능 프로그램이 경쟁하듯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쏟아내면서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부부 간 이혼과 불륜은 물론 성생활까지 거칠 것 없다는 모양새다.

함소원과 그의 중국인 남편 진화는 2018년 6월부터 '아내의 맛'을 통해 부부 관계를 대중에게 공개해왔다. 이들의 잦은 다툼은 낱낱이 TV를 통해 중계됐고, 불화설 역시 여러 차례 피어올랐다. 그 재미는 방송사 측이 봤다. '달콤살벌한 재결합의 맛'을 부제로 한 이날 방송은 시청률 8.5%를 기록했다.

관찰예능은 남녀 연예인의 가상 결혼 생활을 엿보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2012~2017)'와 육아예능의 시초인 '아빠! 어디가?(2014)' 이후 대세로 자리잡았다. 연예인의 가족으로 외연을 넓히고, 종합편성채널(종편)까지 가세하면서 수위 높은 관찰예능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집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MC와 패널들이 둘러앉아 보는 포맷은 후발주자인 종편 입장에서 수월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출신의 한 케이블 채널 PD는 "유명 MC 없이도 적은 비용으로 70분짜리 프로그램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면서 "관찰 카메라로 찍은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재미가 없다. 결국 예능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의도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채널A와 SKY채널이 공동 제작하는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는 '19세 이상 시청가'를 내걸고 파격적인 소재를 자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유튜브 썸네일 캡처.

채널A와 SKY채널이 공동 제작하는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는 '19세 이상 시청가'를 내걸고 파격적인 소재를 자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유튜브 썸네일 캡처.


최근 관찰예능에 대해 잇따라 불거지는 논란은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더 많은 재미를 위해 관찰예능은 말초적인 관음증과 저급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아내의 맛'을 비롯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우이혼)', 채널A와 SKY채널이 공동 제작하는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JTBC '1호가 될 순 없어' 등 특히 부부를 소재로 한 관찰예능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다. 외도와 도박 사실을 폭로하고, 부부 사이 내밀한 성생활도 가감 없이 다룬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1호가 될 순 없어'에서 박준형·이지혜 부부의 '19금' 대화가 화제를 끄니까 팽현숙·최양락 부부의 개가 교미하는 장면을 모자이크해서 내보내는 등 이상하고 자극적인 쪽으로 가고 있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관찰예능이 무분별한 선정성 경쟁을 자제하고 수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이혼'처럼 이혼한 커플이 다시 만나 3일을 같이 보내는 상황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겠느냐"며 "제작진이 만든 상황에 놓여진 것부터 의도가 개입되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특히 장기적으로 방영되는 관찰카메라는 100% 리얼이 아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찰예능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며 "그 안에서 문제점은 지적하고, 장점은 찾아주면서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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