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인터스텔라' 놀런 감독도 놀랄 만한 '인천스텔라'...C급으로 웃겨드립니다

알림

'인터스텔라' 놀런 감독도 놀랄 만한 '인천스텔라'...C급으로 웃겨드립니다

입력
2021.03.25 15:40
21면
0 0
영화 '인천스텔라' 중 한 장면. 영화사 그램 제공

영화 '인천스텔라' 중 한 장면. 영화사 그램 제공

A급도 B급도 아닌, C급을 표방하는 ‘로맨틱 우주 활극’ 영화 한 편이 25일 개봉했다. ‘인천스텔라’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인천을 배경으로 ‘인터스텔라’를 패러디한 영화다. 어딜 봐도 허술하고 엉성해 보이지만 나름 국제영화제 출신이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장편 배급지원상까지 받았다. 웰메이드는 아니라 해도 최소한 ‘영구와 땡칠이’ 같은 아동용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B급 영화와 차별화를 선언하며 500만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든 장편 데뷔작 ‘숫호구’(2012)로 극소수의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백승기 감독이 연출했다. 24일 전화로 만난 그는 “‘인터스텔라’가 사람(人)이 새로 정착할 땅(터)을 찾아나서는 영화라면 ‘인천스텔라’는 사람이 하늘(天)로 가는 이야기”라고 거창하게 소개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시아항공우주국(아사ㆍASA) 탐사대원으로 아내를 잃고 홀로 딸 규진을 키우는 기동. 27년 전 수신된 의문의 목소리를 찾아 동료들과 머나먼 별 ‘갬성’으로 떠난 그는 착륙하기도 전에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실종된다.

‘숫호구’에 이어 인류의 기원을 탐구한 ‘시발, 놈: 인류의 시작’(2016), 중고거래 사기범에 대한 복수극 ‘오늘도 평화로운’(2019) 등을 내놓으며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한 유머로 영화계에 C급 충격을 안겼던 그가 이번엔 짐짓 심각한 척 가족애와 로맨스를 그린다. 물론 저우싱츠(周星馳·주성치)의 코미디 영화 같은 황당한 개그도 종종 튀어나온다. 하지만 진지함이 다소 과해 C급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는 “제작비가 5만 달러(6,000만 원)로 늘어난 만큼 나도 진지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거장이 돼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믿기 어려운 설명을 내놓았다.

이 영화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인터스텔라’가 아닌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다. ‘시발, 놈’을 찍던 네팔 히말라야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다중우주를 통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소통한다는 내용의 SF영화를 떠올렸단다. 그러나 '인터스텔라'가 개봉하면서 궤도는 수정됐다. “어차피 베꼈다는 말을 들을 거라면 차라리 제목도 비슷하게 하고 내용도 비슷하게 바꾸자”고 생각했다. 아침드라마 같은 가족 신파극이 목표였다. 그래도 '꾸러기스튜디오'의 대표답게 장난꾸러기처럼 ‘마션’ ‘퍼스트맨’ ‘아마겟돈’ ‘캡틴 마블’ ‘번지점프를 하다’ 같은 영화를 패러디·오마주한 장면은 잊지 않았다.

백승기 감독. 영화사 그램 제공

백승기 감독. 영화사 그램 제공

‘인천 영화인’임을 긍지로 여기는 그는 이번에도 우주 시퀀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면을 인천에서 촬영했다. 월미공원 전망대는 아사 본부로 둔갑하고, 영종도의 허허벌판은 갬성의 황무지가 된다. 간접광고(PPL) 협찬금에 사비를 더해 1,000만 원 규모로 찍으려던 영화는 인천영상위원회의 통 큰 지원(5,000만 원) 덕에 그럴싸한 시각특수효과(VFX)까지 입었다. 소품은 옹색하기 그지없는데 여기엔 웃기지 않곤 못 배기는 꾸러기의 야심이 담겼다. 1997년 단종된 현대차 스텔라를 우주선이라 뻔뻔하게 우기고, 홈매트 훈증기에 흙을 넣으면서 천연덕스럽게 지질을 분석한다.

백 감독은 인천에서 고교 미술교사로 근무 중이다. 영화를 위해 안정적인 자리를 포기하고 단기 계약직으로만 일한다. '기왕 못 만들 거라면 최대한 못 만들어보자'면서 외롭게 'C급 영화'에 뛰어든 그에게 C급은 A와 B의 하위 개념이 아닌 제도권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이다. 다만 흥행마저 제도권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이전 작품들은 편당 관객수가 모두 3,000명 미만이었다) 그가 슬슬 제도권을 넘보는 이유다.

다음 목표는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 연출이다. “영화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그는 “네댓 가지 아이템이 있는데 차기작은 극장 영화로 할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겨냥하는 게 맞을지 케이블이나 모바일 드라마를 먼저 해보는 게 좋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고경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