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복 시장, 도시개발 수용 토지 담보로
시에서 3억7,400만 원 받아 '셀프보상' 논란
공직자 재산등록에 누락해 보상금 행방 묘연
광양시는 "대토 대신 보상금 우선지급한 것"
정현복 전남 광양시장이 지난해 초 도시개발이 진행 중인 자신의 토지를 담보로 시로부터 수억 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 시장은 이 같은 채무 사실을 공직자 재산신고 시 누락했다. 시는 정 시장에게 도시개발구역에 수용된 토지에 대한 보상으로 환지방식 대토(代土) 대신 보상금을 우선 지급했다는 입장이지만 선례를 찾기 힘들어 특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구나 정 시장은 관할 지역인 광양시에 여러 토지를 보유한 데다가 이들 토지 일대에는 줄줄이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이해상충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본보 26일 자 1면)
2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 시장은 지난해 3월 시로부터 3억7,4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65만770㎡의 대규모 도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광양시 성황·도이지구 내 토지 1,704㎡(성황동 277-1번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서다. 근저당권자는 금융기관이 아닌 '광양시'로, 근저당권자 주소는 정 시장이 생활하고 있는 광양시장 관사였다. 시장이 자신의 땅을 담보로 시에 빚을 진 이상한 모양새다. 해당 부지에는 현재 올해 10월 완공 예정인 광양 푸르지오 더퍼스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에 대해 광양시 측은 "정 시장 몫의 환지(대토) 예정지 중 일부 토지(260㎡)가 시가 짓기로 한 공공기관(1,000㎡) 계획 부지에 포함돼 보상 예정가의 90%를 지급해 시가 매입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시장과의 금전 거래가 토지 담보대출 형태로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장에게 땅 대신 돈으로 보상하는 거래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남도 고시에 따르면 성황·도이지구의 환지처분일(대토 제공일)은 2021년 12월 31일로, 시가 이보다 1년 9개월여 앞선 시점에 서둘러 보상에 나선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해당 지구는 기존 토지 소유자에게 금전적 보상이 아닌 개발 후 지구 내 다른 토지를 보상하는 대토 보상(환지 방식)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성황·도이지구 개발을 담당하는 광양시 실무 관계자는 "해당 지구는 개발 기간 중 농사를 짓지 못해 생기는 영농손실 등을 제외하면 금전적 보상은 일체 불가능하다"며 "개발사업 과정에 근저당을 설정하고 미리 보상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시장이 '셀프 보상'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 시장은 4억 원 가까운 돈을 시에서 받았지만, 지난 24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등록에는 관련 사실을 누락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또 있다. 정 시장은 지난해 성황·도이지구 내 다른 토지 84㎡(성황동 276번지)를 배우자가 소유하고 있다고 재산등록을 했고, 올해는 이를 아파트 분양권으로 전환해 신고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상 해당 토지 소유주는 정모씨로, 정 시장 배우자가 한때라도 소유한 기록은 없었다. 이에 대해 정 시장 측은 "애초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했는데 지난해 재산등록 때 토지로 잘못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시장이 재산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시로부터 받은 돈의 행방은 묘연하다. 다만 해당 금전 거래가 있기 7개월 전인 2019년 8월 정 시장이 배우자 명의로 광양시 진월면 신구리 일대 논 9,871㎡를 2억800여만 원에 매입한 사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2020년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등록 내역만 놓고 보면 정 시장은 2019년 당시 자신과 부인 명의의 부동산 매각 등으로 1억2,276만 원을 손에 쥐고 2억 원대 부동산을 매입한 모양새다. 부동산 거래에 8,523만원이 부족했단 뜻인데 그해 예금은 되레 6,624만 원 늘었다. 생활비 등을 제하고도 급여 등으로 현금 1억5,147만 원을 충당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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