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고 갇힌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 시급"
"문 대통령 기숙사 건립 공약 이행 저조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에 분노한 대학생들이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 갇힌 청년들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정부와 LH, 서울시장 후보들이 책임지고 대학의 공공기숙사 확충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청년하다를 비롯한 대학생 및 청년단체 회원들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성토했다. 인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최재봉씨는 "청년들은 LH에서 대출 한 번 받으려고 조마조마할 동안, 정작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로 폭리를 취했다니 정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허탈해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정말 청년들을 위한다면 대선 공약인 공공기숙사 확충부터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청년들은 이 자리에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도 월세조차 감당하기 힘든 서울의 주거 현실도 지적했다. 동덕여대에 재학 중인 박종화씨는 "5평 원룸에 살면서 매달 숨만 쉬어도 50만원이 나간다"며 "아무리 일해도 생활비가 부족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현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서울로 대학 가지 못하면 차별 받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왜 학비·생활비·주거비 부담은 모두 학생과 가족들에게 떠넘기느냐"고 반문했다. 김민정 서울교대 총학생회장도 "학교가 강남 한복판에 있어서 기숙사 탈락 학생들은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고시원이나 자취방을 전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생 주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기숙사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기환 청년하다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숙사 5만호 건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임기 4년차인 지금 기숙사는 고작 1만3,000여개 늘었을 뿐"이라며 "수도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여전히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대표는 그러면서 "정부와 LH, 서울시장 후보들이 나서서 청년 주거문제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발언이 끝난 후 청년들의 찢어진 주택을 공공기숙사로 이어 붙이는 퍼포먼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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