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9명·기관 4곳 대상 입국 금지 등 조치
'알래스카 담판' 뒤 美동맹 동시 공격에 보복
중국이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미국 편에서 자국을 제재한 영국에 같은 방식으로 보복했다. 유럽연합(EU)에 이어서다. “내정 간섭은 주권 침해”라는 논리도 같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성명을 내고 영국의 개인 9명과 기관 4곳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과 보수당 대표였던 이언 덩컨 스미스 하원 의원 등 정치인이 다수 포함됐다. 이날부터 제재 대상과 그 직계 가족은 홍콩ㆍ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입국이 금지되고, 중국 내 자산은 동결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중국인과 거래를 할 수도 없다.
제재 이유는 자국에 대한 영국의 제재다. 영국 정부는 22일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인권 탄압이 심각하다”며 중국 관료 4명과 단체 1곳을 상대로 영국 여행 제한과 자산 동결 등 제재를 부과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영국 정부의 제재는 거짓말과 오보에 근거한 행동”이라며 “이는 내정 간섭으로 중국과 영국 간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려는 결심이 확고부동하다”며 영국이 입장을 고수한다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신장 위구르자치구 정부도 성명을 통해 “인권 문제로 정치 농간을 부리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영국에 촉구했다.
중국에게 영국은 EU와 한 묶음이다. 개별적으로 발표됐지만 미국과 EU,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들의 대중(對中) 제재는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이유도 같았다. 조율된 동맹 차원 공동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일단 당일 곧바로 EU부터 제재했다.
서방 진영의 대중 연대 결속은 단단해 보인다. 18, 19일 미중 ‘알래스카 담판’이 냉랭하게 끝난 뒤 회담에 참석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유럽을 방문하는 일정에 제재 시점을 맞췄다는 게 방증이다. 25일 화상으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도 중국 견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놓고 마찰 중인 EUㆍ영국도 대중 제재에 대해서는 의견이 같다.
양자 간 갈등 요인도 있다. 최전선은 인권이고, 영국이 더 공세적이다. 자국 BBC방송을 통해 신장 위구르 여성들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가 하면, 중국의 탄압을 피하려는 홍콩인의 영국 이민을 전폭 허용하기도 했다.
정부만 나서는 것도 아니다. 이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술(IT)기업 텐센트가 자사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王者榮耀)에서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와 협업해 선보였던 의상(스킨)을 제거했다.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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