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행복청 압수수색 등 고위직 첫 강제수사
양향자 의혹 경기남부청 배당·서영석 건은 고발인 조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촉발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고위공직자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청장 재임 시절 배우자 명의로 세종시 땅을 산 A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배당했다.
특수본은 26일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가 행복청과 세종시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본부 등 4개소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행복청은 세종시 신도시 건설을 책임진 곳으로, 전직 청장(차관급) A씨는 부인과 자신의 명의로 세종시 토지를 투기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수사에 관할 지방경찰청이 아닌 국수본이 직접 나선 이유는 A씨가 고위공직자 출신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청장 재임 시절인 2017년 4월 말 세종시 연기면 눌왕리에 배우자 명의로 토지 2,455㎡를 구입했고, 퇴임 후인 그해 11월 말에는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의 토지 622㎡와 그곳에 지어진 경량 철골 구조물을 매입했다. 두 지역은 이듬해 8월 스마트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후 그해 9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와촌리·부동리와 맞닿은 곳이다. 이 때문에 세종시 개발을 지휘했던 A씨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 A씨 부부가 사들인 토지 시세는 최근까지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산업단지 선정 업무는 행복청 소관이 아니라 사업정보를 알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양향자 경기남부청 배당, 서영석은 고발인 조사
국회의원의 투기 의혹 수사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특수본은 검찰에 접수된 양향자 의원 투기 관련 진정을 이첩받아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에 배당했다. 앞서 특수본은 24일 기준 내사 및 수사 대상 398명 가운데 국회의원이 3명이라고 밝혔는데, 양 의원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양 의원은 2015년 10월 남편과 공동으로 경기 화성시 비봉면 삼화리에 3,492㎡ 규모의 땅을 매입했다. 이곳은 2014년 8월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화성비봉 공공주택지구와 인접해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양 의원은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를 대비할 목적으로 지인 추천을 받아 샀다"고 해명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을 고발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관계자도 이날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서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부천시의 고강동 소재 토지 438.5㎡와 근린생활시설 175.5㎡를 2015년 8월 사들였는데, 이 지역은 2019년 3기 신도시에 포함된 부천 대장지구와 인접한 곳이다. 이를 두고 해당 부동산을 매입할 당시 경기도의원이던 서 의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약사 출신인 서 의원은 "약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윳돈이 있어 지인 권유로 매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수본의 내·수사를 받는 국회의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최승렬 국수본 수사국장(특수본 단장)은 22일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은 14명 정도로, 내·수사 대상자 수는 계속 변동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시·도경찰청장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사건은 경찰의 수사 역량을 증명해야 할 첫 시험대"라며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철저히 수사해 국민들께서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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