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견인한 건 '중도+진보 유권자 연합'의 결합력이었다. 하지만 4·7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여권을 향해 있던 중도층의 지지 이탈이 눈에 띄고, 민주당을 향해 식은 정의당 지지층도 마음을 돌릴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불과 1년 만에 변한 이들의 '변심'이 열흘도 남지 않은 보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 정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권심판' 손 들어준 중도층, 민주-국민의힘 '초격차'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하락을 이끈 건 중도층이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4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34%)와 부정 평가(59%)는 같은 기관 조사에서 각각 최저·최고치를 갱신했다. 중도층의 변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중도층에선 전주 대비 긍정 평가가 36%에서 27%로 감소했고, 부정 평가가 56%에서 65%로 증가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도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소치로 좁혀졌다. 주로 야권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늘면서다. 한국갤럽의 올해 1월 4주 조사에서 32%였던 중도층 중 무당층 비율은 3월 4주에 2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는 8%포인트(34%→26%) 감소했고, 국민의힘 지지는 11%포인트(18%→29%) 증가했다. 중도층 비율이 선거를 앞두고 다소 줄고 있지만,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이 이를 흡수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NBS(한국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 합동)가 지난 22~24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4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민주당 28%, 국민의힘 27%로 접전이었다.
재보선 의미를 '정권 견제'에 두는 중도층 비율도 늘었다. 4·7 재·보궐선거 의미를 묻는 한국갤럽 3월 4주 조사에선 '정부 지원'이라는 응답(25%)보다 '정부 견제' 응답(67%)이 두 배 이상 많았다. 3월 4주 NBS조사에서도 중도층에서 4·7 재·보궐선거의 의미로 '정권 심판'을 꼽는 응답(55%)이 '국정 안정' 응답(32%)보다 많았다.
1년 전 총선과 비교해보니, 중도층·정의당 지지자 마음 변했다
이런 여론조사 흐름은 '중도+진보 연합'이 현 정부에 지지를 보냈던 지난해 총선 직전과 다른 양상이다. 한국갤럽이 21대 총선 직전인 지난해 4월 13, 14일 실시한 4월 3주 조사에서 중도층의 35%가 민주당을, 19%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중도층 내 '정부 지원'(45%)과 '정부 견제'(44%) 응답도 팽팽히 맞섰다. 이후 민주당은 서울 지역구 의석 49석 중 41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중도+진보 연합'의 한 축인 정의당 지지층의 태도도 달라졌다. 역시 지난해 4월 3주 한국갤럽 조사에선 정의당 지지자의 60%가 총선 결과로 '정부 지원'을 바라며, 31%가 '정부 견제'를 바란다고 답했다. 반면 올해 3월 4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정부 지원'(46%)과 '정부 견제'(40%) 응답이 팽팽했다. 직전인 3월 3주 한국갤럽 조사에선 정의당 지지층 내 '정부 견제' 응답(64%)이 '정부 지원' 응답(26%)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23일 "정의당은 선거에 참여하되 아무(에게)도 투표하지 않는 백지 동맹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지도부의 기류도 정의당 지지층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이는 21대 국회 들어 차별금지법 제정과 젠더이슈 등 정의당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에서 민주당이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NBS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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