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이익 몰수 처분을 소급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서다.
현행법으로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당정청 판단이지만, 여당에선 추가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강했다. 이날 당정에선 입법과 관련해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지만, '부동산 적폐 청산'에 올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보다 '강력한 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與 "현행법으로 부당이익 환수 가능"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현행법으로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부당이익을 몰수할 수 있다"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가 이미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대행은 부당이익 환수와 관련해 "소급 적용이 안 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팩트 체크'도 강조했다.
그가 말한 현행법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이다. 해당법은 '공직자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경우 재산상의 이익은 이를 몰수 또는 추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소급 적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공직자 부동산 투기=친일 행위'라는 프레임을 동원했다. 그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는 (친일행위로 형성한 재산을) 몰수하도록 돼 있다"며 해당 법안을 준용할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내부 정보 이용, 공직자 지위 활용으로 부당한 투기이익을 얻거나 시도하는 자들은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같은 반열로 처벌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소급 적용 범위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공분 의식해 보완 입법도 예고
당은 소급 적용을 위한 입법을 보완하기 위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 대행은 "개별법에 산재한 범죄수익 환수 체계를 정비하고, 환수 기준을 금융범죄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개정안을 즉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서 소급 적용 의지를 강조하는 것은 최근 국회에서 처리된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공공주택특별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 이른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방지법'에서 소급 적용 조항이 제외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된 것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직자의 잘못을 철저히 처벌하라는 민의를 충분히 받들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산등록 공직 전체 확대... 文 '더 센' 조치 내놓을까
당정청은 현행 4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재산등록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공무원이라도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면 인사혁신처에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관리 지역 내 부동산을 신규 취득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시장교란 행위 감시 및 처벌을 강화하고,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신설한다. 특별사법경찰제도 도입된다. 특히 민주당은 이달 중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LH 개혁안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조직은 살려두되, 기능을 분산한다'는 원칙하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행 주택보다 낮게 책정돼 있는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이날 회의에서 검토됐다. 주택은 단기 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양도소득세율을 보유 기간 1년 미만일 때는 과세표준의 70%, 1년~2년 미만일 때는 60% 과세한다. 하지만 토지는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일 때 50%, 1년 이상에서 2년 미만은 40%여서 세율이 주택보다 낮다.
당정청 논의는 29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부패청산을 위한 긴급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최종 보고·확정된다. 문 대통령은 당정청 논의에서 확정되지 않았거나 논의가 미진했던 사안을 직접 언급하며 '부동산 부패청산'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