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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의 계절이 또 무심히 시작되고…

입력
2021.03.3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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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팔레스타인 '땅의 날'

오늘은 500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애도와 호소의 날인 '땅의 날'이다. 포스터에서처럼 그들은, 화사한 들판을 그리워하며 늙은 가지 끝에 새잎이 돋기를 기도한다. palestineposterproject.org

오늘은 500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애도와 호소의 날인 '땅의 날'이다. 포스터에서처럼 그들은, 화사한 들판을 그리워하며 늙은 가지 끝에 새잎이 돋기를 기도한다. palestineposterproject.org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추모일(4월 16일)부터 독립기념일(1948년 5월 14일)까지 약 한 달이 그들 유대인들의 축제의 계절이고, 다음날인 5월 15일이 땅을 빼앗겨 난민 처지로 내몰린 500여 만명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재앙의 날(Nakba Day)'이다. 그날 이스라엘 바깥의 난민과, 인권단체들이 '지구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부르는 이스라엘 영토 내 가자지구와 서안, 동예루살렘의 아랍계 주민 160여 만명은 촛불 대신 귀향을 상징하는 열쇠를 들고 평화시위를 벌이고, 감정이 격해진 이들은 돌과 화염병을 든다.

유대인 축제의 처음과 끝을 포위라도 하듯, 팔레스타인인들은 3월 30일 '땅의 날(Land Day)'부터 저항을 시작한다. 1976년 이스라엘 정부가 갈릴리 지역 마을을 소개시키며(토지 강제 수용) 반발하던 아랍계 주민 6명을 사살하고 100여 명을 다치게 한 날이 오늘 땅의 날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식 아파르트헤이트법이나 다름없는 헌법적 불의와 50여 개에 달한다는 각종 차별법을 국제사회에 알리며, 이스라엘이 강탈한 자신들의 땅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한다. 땅의 날에 시작된 저항운동이 대재앙의 날에 절정에 이르는 것이다. 매년 많은 이들이 저 날들 사이에 희생돼 왔다. 추모의 제단에 얹히는 이름들은 그렇게 늘어나고, 잊지 말자는 다짐도 점점 격해진다. 그 애도와 분노, 새로운 희생의 계절이 또 이렇게 무심히 시작됐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이던 2018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텔아비브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공동의 성지라는 종교적 특수성을 고려해 유엔과 미국 역대 정부가 사실상 국제도시로 인정해온 그 도시를 이스라엘의 도시, 유대교의 도시로 공인한 셈이었다. 그 조치에 항의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또 여럿 숨졌다. 전임 대통령의 부당한 조치들을 되돌려놓느라 바쁘다는 바이든 현 정부도 지난 2월, 예루살렘 대사관만큼은 그 자리에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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