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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뿅" 게임음악을 그녀가 지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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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뿅" 게임음악을 그녀가 지휘하는 이유

입력
2021.03.3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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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음악 스타트업 '플래직'의 대표 진솔 지휘자

진솔 지휘자는 '게임광'으로 유명하지만, 클래식 연주단체 '아르티제'의 예술감독으로서 4년 전부터 '말러리안' 시리즈 공연을 올리고 있는 말러 애호가이기도 하다. 2018년부터 대구MBC교향악단 전임 지휘를 맡고 있다. 진솔 지휘자 제공

진솔 지휘자는 '게임광'으로 유명하지만, 클래식 연주단체 '아르티제'의 예술감독으로서 4년 전부터 '말러리안' 시리즈 공연을 올리고 있는 말러 애호가이기도 하다. 2018년부터 대구MBC교향악단 전임 지휘를 맡고 있다. 진솔 지휘자 제공

지휘자 진솔(35)은 게임 속 음악을 현실세계로 소환하는 사람이다. 특히, 장중한 클래식 음악으로 실연한다. 클래식과 게임이라는 이질적인 장르가 서로 만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진 지휘자의 유별난 게임사랑이 있다.

진 지휘자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릴 적부터 어지간한 게임은 모두 베타테스터로 참여했을 만큼 게임을 좋아했다"면서, 이제는 고전이 돼버린 '스타크래프트'부터 최신작까지 해본 게임 이름들을 줄줄이 댔다. 게임을 즐기는 성별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남자가 많은 터라 여성 지휘자의 깊은 게임 내공은 독특해 보인다.

물론 게임만큼 좋아하는 건 음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국립음대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진 지휘자에게 게임 속 음악이 쉽게 증발될 리 없었다. 그는 "게임 음악들을 실제로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음원만 있고 악보는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예 회사를 차렸다. 2017년에 만든 스타트업 '플래직'이다. '플래직'은 게임에 삽입된 음악을 실제 연주가 가능하도록 편곡, 작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곡을 연주할 연주자 그룹도 있다.

진 지휘자가 '플래직'을 세운 보다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클래식 음악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진 지휘자는 "어릴 때부터 음악만 했던 고급 인재들이 세상과 단절되며 악기에 먼지만 쌓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면서 "게임이라는 젊은 감성을 통해 음악인들이 진출할 수 있는 방향 하나를 제안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플래직'은 2019년 세계 최대 게임회사 '블리자드'와 계약을 한 뒤 '블리자드'의 게임 음악들을 콘텐츠로 만들어 왔다.

진솔 지휘자는 게임 음악을 지휘하는 일을 두고 "처음엔 클래식 장르에서 시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공연을 해보니 많은 분들이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진솔 지휘자 제공

진솔 지휘자는 게임 음악을 지휘하는 일을 두고 "처음엔 클래식 장르에서 시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공연을 해보니 많은 분들이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진솔 지휘자 제공

게임 음악이 "뿅뿅뿅" 하는 단순 배경음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콘텐츠라는 점도 알려주고 싶다. 진 지휘자는 "스트라빈스키가 연상되는 클래식이 쓰인 게임부터 블록버스터 느낌이 나는 영화음악까지 성격이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진 지휘자는 2019년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음악을 오케스트라와 공연하면서 게임 음악 콘서트 장르를 개척했다. 다음 달 2, 3일에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KBS교향악단과 '롤'의 음악들을 연주하는 무대에 선다.

그의 게임 음악 콘서트는 티케팅 시작과 동시에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특히 '숨은 관객'을 공연장으로 오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진 지휘자는 "게임 음악을 들으러 오는 관객 대부분은 남자분들인데 '공연장에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지?' 하고 고민할 정도로 공연문화 자체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의 향유층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단순히 내 음악만 고집할 순 없어요. 내 음악을 들을 준비가 돼 있는지 사람들에게 물어야죠. 관심이 떨어졌다면 다시 돌릴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게임과 클래식의 중간에 제가 서 있는 이유입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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