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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곧 열린다… 좌초됐던 에버 기븐호 구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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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곧 열린다… 좌초됐던 에버 기븐호 구조 성공

입력
2021.03.29 19: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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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 기븐호 구조로 물류 정상화 초읽기
천문학적인 피해 보상 문제 논란거리로

23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해 항로를 가로막고 있던 파나마 선적의 대만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사고 일주일째인 29일 부양 작업에 성공한 후 선체 방향을 튼 모습. 수에즈=로이터 연합뉴스

23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해 항로를 가로막고 있던 파나마 선적의 대만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사고 일주일째인 29일 부양 작업에 성공한 후 선체 방향을 튼 모습. 수에즈=로이터 연합뉴스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을 일으킨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드디어 구조됐다. 제방 양쪽에 박혀 있던 선수와 선미가 빠져 나와 물에 떴고, 배의 방향도 물의 흐름과 나란하게 일직선이 됐다. 운하 재개통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으나, 그간 화물 운송 차질로 생긴 천문학적 손해를 놓고 ‘보상 문제’가 새로운 논쟁 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수에즈운하관리청(SCA)에 따르면 에버 기븐호는 이날 오전 4시30분쯤 부양에 성공했다. 23일 좌초된지 일주일 만이다. 밀물로 운하 수위가 2m 이상 상승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뭉친 구조팀은 예인선 10여척을 동원해 이른 새벽부터 배를 끌어 당겼다. 물에 뜬 배가 뱃머리를 돌리면서 제방에서 고작 4m 떨어져 있던 선미도 102m 이상 움직였다. 배의 항로도 80%가량 복구됐다. 추가 작업은 이날 밤 늦게 만조 때에 맞춰 재개된다.

에버 기븐호는 무게 22만3,000톤, 길이 400m, 폭 59m에 이르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으로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길에 수에즈 운하에서 멈춰 섰다. 이집트 당국은 선박을 수로에서 꺼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뱃머리가 박혀 있던 제방에서 모래와 진흙 2만7,000㎥를 퍼냈고, 18m 깊이까지 땅을 팠다. 예인선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좌초를 무릅쓰고 9,000톤에 달하는 평형수까지 빼내 선박 무게도 줄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보면 선박 뱃머리가 방향을 틀면서 운하가 열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장 관계자들의 환호성, 배의 경적 소리도 담겼다. 선박 추적 사이트인 베슬파인더는 홈페이지에서 선박 상태를 ‘엔진 가동 중’으로 변경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 인용, “에버 기븐호가 엔진을 재가동했다”며 “이동하기 전에 기초적인 안전 점검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9일 물에 뜬 뒤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인근의 예인선에서 바라본 모습. 수에즈=AFP 연합뉴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9일 물에 뜬 뒤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인근의 예인선에서 바라본 모습. 수에즈=AFP 연합뉴스

운하 재개통도 멀지 않았다. 오사마 라비 SCA 청장은 이날 이집트 국영방송에 출연해 “단 1초도 허비하지 않겠다”면서 신속한 작업 마무리와 물류 정상화를 약속했다. 선박이 운하 중간 지점에 있는 대기 구역인 그레이트비터 호수로 옮겨지면 쌍방향 운항이 재개된다. 유가도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는 “부양 소식에 브랜트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하락한 63.67달러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물류는 뚫렸지만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피해 보상 문제다. 세계 해상 물류 15%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SCA에 따르면 에버 기븐호 좌초로 인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유조선 등 최소 369척이 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발이 묶여 있다. 대기 선박에만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어치 화물이 실려 있다. 이집트 정부도 통행료를 받지 못해 날마다 1,400만달러(약 158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

다 합치면 하루 피해액은 얼추 90억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70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억달러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으며 이해당사자간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운항 중단된 선박에 실린 화물 소유주들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에버 기븐호 선주에게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다시 선주는 보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최악의 경우 선박회사뿐 아니라 보험사까지 줄도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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