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슬럿 워크(잡년 행진)
2011년 1월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 오즈굿홀 로스쿨이 개최한 캠퍼스 강간 예방 포럼. 발제자로 참석한 토론토 경찰 간부 마이클 생귀네티(Michael Sanguinetti)의 말 한마디가 거센 분노의 불꽃을 지폈다. 다른 이의 발언 도중에 "지금 우리가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 같다"며 불쑥 끼어든 그는 "이런 말은 하면 안 된다고 들었지만, 여성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우선 야한 옷을 입지(dressing like sluts)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악한 일부 학생이 SNS를 통해 그의 발언을 세상에 알렸다.
4월 2일 토론토 행사 주최측은 100명 정도 모이리라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토요일이던 3일 첫 '슬럿 워크(Slut Walk)' 행진에는 약 3,000명이 참가했다. 보란듯 야한 옷을 입고 참가한 여성도 있었고, 남성도, 가족과 함께 나온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 우리가 슬럿(헤픈 여자, 잡년, 창녀 등 의미)이다" "잡년도 납세자다"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었다. "열네 살 크리스마스 날 두툼하게 옷을 겹쳐 입고 스노슈즈를 신고 계단에 있다가 강간당했다. 나도 당해도 싼 거였나?"라고 적은 피켓도 있었다.
피해자에게 책임(의 일부)을 묻고 비난하는 다양하고도 끈질긴 행태들, 예컨대 '밤늦게 나다니니까' '술을 그렇게 마시니까' '그런 델 따라가니까' '옷을 그렇게 입으니까' 등의 말들로 가해자에게 핑계를 제공하고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2차 가해에 경찰관조차 동조한 데 분노한 이들이었다. 분노의 불길은 미국 전역 주요 도시와 남미, 유럽, 호주와 뉴질랜드, 아시아 여러 나라로 번졌고, 한국에서도 그해 6월 '잡년 행진'이란 이름으로 행사가 열렸다. 생귀네티는 "다시 언급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말을 했다"고 공개 사과했다.
다만,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행진 참가자들의 야한 옷차림이 포르노 같은 또 다른 성착취의 한 행태를 긍정하고 여성의 몸을 대상화·도구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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