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로 비화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으로 부동산 민심 이반이 악화하자 정부가 고위직 중심의 재산등록제 대상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2년 미만 단기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인상하고, 부동산 공직자들의 직무 관련 지역 내 주택·땅 취득은 원천 금지했다.
정부가 29일 내놓은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은 그간 업무상 취득한 비밀 정보로 이뤄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가 더 이상 이뤄질 수 없게 하는 데 중점이 맞춰졌다. 재산공개 대상을 늘려 투명성을 확보하고, 기대수익을 줄여 투기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설명회에서 “투기를 적발·처벌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예방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고위공직자 23만명이 인사혁신처에 재산등록을 하고 있지만 올해부턴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로 그 대상이 대폭 늘어난다. 토지개발, 주택건설 등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 7만명은 인사처에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 나머지 공직자 130만여 명은 소속 기관별 감사 부서에서 자체 재산 등록제를 운영토록 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는 토지·주택 등 부동산 관련 재산을 먼저 등록하고, 주식 등 금융자산은 금융정보조회가 접목된 시스템이 구축된 후 2단계로 추진하겠다”며 “금융자산에 대한 재산신고까지 완전히 이뤄지면 차명거래까지 포착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무 공직자의 직무 관련 지역 내 부동산 취득도 제한된다. 무주택자의 1주택 매매, 상속 등 불가피한 경우엔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 후 소유하도록 했다.
세제 강화를 통해 투기적 토지거래에 대한 기대수익도 대폭 낮춘다. 내년 1월부터 단기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10~20%포인트 높인다. 1년 미만 보유 토지의 양도세는 현행 50%에서 70%로, 2년 미만 토지는 현행 40%에서 60%로 각각 상향된다. 개인·법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세율이 현행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인상되고 최대 30%인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도 배제한다. 택지개발 등 공익사업을 위해 비사업용 토지를 수용할 때 적용되던 중과세 배제 및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도 줄어든다.
농업인이 아닌 이가 농지를 취득하는 예외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토지를 사들이는 자금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가계의 비주택 담보대출도 주택처럼 전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신설한다. 일정 규모 이상 토지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공직자의 반부패 총괄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전현희 위원장은 “현행법으론 LH사태 재발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을 4월 중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자 사익추구를 방지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을 시 관련 직무를 신고하고 회피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불법취득한 부동산은 전액 몰수·추징된다. LH사태 같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공기관·지방공기업에 대해선 경영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
공직사회에선 재산등록제 대상 확대 결정에 대한 반발도 감지된다. 대구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무원 노동자와 조직이 범죄집단이라는 사고가 전제되지 않은 다음에야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모든 공직자가 심사 대상이 된다면 이에 따른 조직 증설과 인력 추가 배치가 불가피하고 부실 심사가 필연적"이라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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