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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도 공공임대주택 분양 가능…투기 길 터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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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주택자도 공공임대주택 분양 가능…투기 길 터준 국회

입력
2021.03.31 04:30
수정
2021.03.31 07:04
2면
0 0

선착순 입주 경우 다주택세대도 우선분양 가능
'무주택자' 명시에서 '입주시 요건 충족'으로 변경
부적격 임차인 소송대리인 출신 의원 대표발의

세종시에 위치한 한 공공임대주택. 세종=오지혜 기자

세종시에 위치한 한 공공임대주택. 세종=오지혜 기자

국회가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의 우선분양 전환 기준을 완화해 다주택세대까지도 분양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 미달 및 공실 발생 등을 이유로 공공임대주택에 선착순 입주한 세대가 혜택을 보게 된 것으로, 청약 당시 우선분양전환 가격에 분양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 지역에 따라 수억원대 시세차익까지 얻을 기회까지 줬다. 특히 관련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이 공공임대주택 부적격 임차인들의 소송대리인이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까지 제기된다.

30일 국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12월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 선착순 입주자에게 우선분양 전환 자격을 주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을 처리했다. 본래 시행령에는 선착순 입주자 자격과 관련해 '분양전환 당시까지 거주하고 분양전환 당시 무주택자인 임차인'으로 기재됐다. 그러나 특별법 조문이 되면서는 '분양전환할 때까지 계속 거주하며 분양전환 시점에 해당 임대주택 입주 시 자격요건 중 주택소유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경우'로 바뀌었다.

개정법은 선착순 입주자의 경우 분양 전환 시점에 주택 입주시 주택소유 기준만 충족하면 우선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선착순 입주 방식은 임대주택 입주자격이 있는 임차인을 찾지 못했거나 기존 임차인이 중간에 퇴거한 경우, 무주택 입주조건에 맞지 않더라도 모집하는 방식이다. 청약을 받아 입주한 경우 '입주한 후부터 분양전환할 때까지 해당 임대주택에 계속하여 거주한 무주택자인 경우'로 우선분양 전환 조건이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세대원 모두가 무주택자여야하지만, 선착순 입주자는 주택을 갖고 있더라도 세대원 중 누구라도 무주택자가 있으면 주택을 양도한 후 우선분양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청약을 통해 입주한 무주택 서민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청약을 통해 입주한 세대의 경우 분양전환 때까지 세대원 모두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퇴거하도록 하는 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반면 선착순 입주자의 경우 세대원이 다른 주택을 소유해도 재계약 거절 요건이 없는데다 우선분양 길까지 열렸다. 국토교통위 수석전문위원 등이 법안 심사 당시 "정당한 입주자격을 갖춰 입주한 임차인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무주택 서민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개정된 특별법은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대법원은 2015년 임대주택법에 규정된 선착순 입주자 관련 '무주택자인 임차인' 문구를 두고 "임차인이 속한 세대의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임차인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재라는 입법 정신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무주택자인 임차인'을 두고 선착순 입주자의 경우 무주택세대구성원이 아닌 '본인만 무주택자'로 달리 유권해석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임대사업자와 임차인간 법적 다툼이 끊이지 않아왔다. 특별법 개정은 이같은 불필요한 분쟁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됐지만, 결과적으로 선착순 입주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분양전환 예정 공공임대주택 현황. 김대훈 기자

분양전환 예정 공공임대주택 현황. 김대훈 기자

특별법 개정의 혜택은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 등과 맞물려 세종 등지와 서울 강남 3구에 대거 지어진 5년·10년 임대주택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전환이 끝난 세대를 제외하고 분양전환 예정인 공공임대주택은 전국에 27만4,040호(2019년 기준)로 세종시와 충북 오송에 각각 7,576채, 3,399채씩 있다. LH 공사가 이전해 간 경남 진주에도 1,004채가 잔여 물량으로 남아 있다. 서울의 경우 서초·강남·송파에만 2,260채가 몰려있다.

특히 서울을 제외한 세종시 등지의 경우 청약 당시 잇단 미분양 사태로 선착순 입주자 모집이 대거 이뤄진데다, 이전기관 종사자특별공급 등도 대규모로 이뤄져 다주택자 뿐아니라 공무원 등이 큰 시세 차익을 얻게 됐다. 특별공급은 주택 소유자도 청약이 가능했다. 세종시의 경우 우선분양 전환 가격이 시세보다 4억원 이상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한 부동산 업자는 "청약 당시 5차 입주까지 이뤄질 정도로 미분양이 계속 됐다"며 "이후 입주 신청자만 집이 없으면 된다고 해, 딸 명의로 입주를 신청할 수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특별법 개정안을 부적격자로 분류돼 공공임대주택 우선분양을 받지 못하게 된 선착순 임차인들의 소송 대리인이었던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을 두고서도 이해충돌 지적이 제기된다. 변호사인 서 의원은 2019년부터 21대 총선 당선 전까지 광양의 한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 관련 소송을 맡았다. 그는 당선 직후인 지난해 8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대표는 서 의원 의원실 직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 의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며 공공주택 사업자들이 임차인들에게 꼬투리잡아 우선분양을 하지않으려고 하는 현실과 관련해 당시 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당선 후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한 적은 없다"며 "개정법의 선착순 입주자 우선분양전환 기준은 대법원 해석에 따른 것으로 표현만 달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차인 대표를 직원으로 채용한 것에 대해선 "임차인 보호 문제에 대해 많이 알고 준비해온 사람이라 인턴 입법보조원으로 쓴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윤한슬 기자
세종=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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