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대한상의는 경제단체 중 가장 오래됐지만, 회장은 주로 정치인이나 중견기업이 맡아왔다. 역대 상의 회장 15명 중 10대 기업 출신은 1967~1973년 박두병 두산 회장이 맡은 이래 1980년대 두산 전문 경영인 정수창 회장과 2000년대 들어 박용성ㆍ박용만 회장이 전부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10대 기업 총수가 주로 맡았다. 최태원 회장은 선친 최종현 회장이 1990년대 전경련 회장을 맡았던 인연으로 전경련 회장 단골 후보였다.
□ 최 회장이 전경련 대신 상의 회장이 된 것은 재계의 변화를 상징한다. 전경련은 대기업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정권에 비자금을 은밀히 상납하거나 시류에 따라서는 정권에 공개적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에게 배타적 이익집단이란 이미지를 심어왔다. 결국 지난 정부에서 최순실이 주도한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에 전경련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며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삼성 현대차 SK LG가 전경련을 탈퇴했고, ‘재계의 맏형’이란 칭호도 상의로 넘어갔다.
□ 전경련의 몰락은 높아지는 국민 반기업 정서와 궤를 같이한다. 현재 반기업 정서는 기업인들이 걱정할 정도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최고위 임원을 조사한 결과 반기업 정서를 최대 100점으로 환산할 경우 1,000명 이상 기업 경영자들이 느끼는 반기업 정서는 83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 이유에 대해 기업인들은 ‘일부 기업인 일탈’(24.5%) ‘정경유착 기업 특혜’(19.6%) 등을 주로 꼽았다. 기업 책임이 크다는 자성이다.
□ 최태원 상의 회장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반기업 정서’다. 최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소통으로 갈등을 풀겠다”며 “반기업 정서가 오해에서 비롯됐다면 풀 것이고, 기업이 잘못한 거면 고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평소 ‘사회와 공감하는 기업’을 강조하고 실천해온 최 회장이 내놓은 해법답다. 우리 사회 성장동력인 기업이 국민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다.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과 투명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