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끝으로 흥국생명과 계약 만료, 차기 행선지도 관심 집중
‘배구 여제’의 귀환은 화려했다. 하지만 질곡의 시즌, 거센 소용돌이를 견뎌야 했다.
김연경은 지난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GS칼텍스와의 3차전에서 2-3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문 뒤 취재진과 만났다. 챔프전에서 패한 팀의 선수가 인터뷰를 한 건 김연경이 처음이다. 그만큼 김연경의 존재감은 무거웠다. 김연경은 “1ㆍ2차전에서 한 세트도 따지 못한 채 경기를 내줬다”면서 “3차전에선 질 때 지더라도 물고 늘어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는 져서 아쉽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고마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는 인정했지만 막상 플레이오프에서 승리(기업은행전 2승 1패)하고 보니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욕심만큼 패배가 아쉬웠지만 후배들에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김연경에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까지 합류한 흥국생명은 2018~19시즌 통합우승 멤버까지 건재해 이미 시즌 전부터 ‘절대 1강’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KOVO컵 결승에서 GS칼텍스에 일격을 당했고 정규시즌에선 핵심 전력인 이재영ㆍ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면서 5라운드 도중 코트를 떠났다. 이에 경기력 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 우승까지 GS칼텍스에 내리 내줬다. 김연경 역시 “힘든 순간이 많았다.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던 시즌이었다”면서 “하지만 마무리가 나름대로 잘됐다”라고 자평했다.
그래서 국내 복귀 결정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한다. ‘국내 복귀를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차라리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김연경은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날짜를 세기보단 좀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팀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은 입증하지 못했지만 김연경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공격성공률 1위(45.9%) 서브 1위(세트당 0.277개) 득점 6위(648점ㆍ국내선수 1위)로 공격에서 맹위를 떨쳤고, 디그 5위(세트당 3.893개)에 리시브 효율 12위(34.6%)의 탄탄한 수비까지 선보였다.
챔프전에서도 누구보다 바쁘게 코트를 누볐다. 공격은 103번이나 시도(성공률 45.6%)했고 수비에서도 디그 42개, 리시브 50개를 맡았다. GS칼텍스의 이소영(공격 81회ㆍ수비 83회)이나 강소휘(공격 89회ㆍ수비 105회)보다 많은 수치다. 적장인 차상현 GS칼텍스 감독도 “손가락 인대를 다쳤는데도 ‘끝까지 간다’는 투지를 보여줬다”면서 “상대 선수였지만 ‘김연경이 있기에 역시 한국 여자배구가 이 정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챔프전을 끝으로 흥국생명과의 계약(1년 3억5,000만원)이 만료된 김연경의 차기 행선지도 관심이 쏠린다. 해외 문을 두드릴 수 있지만, 국내에 잔류할 경우 흥국생명에 1년 더 몸을 담아야 FA 자격 요건을 충족한다. 김연경은 향후 거취에 대해 “아직 전혀 생각지 않은 부분이다. 이번엔 천천히 폭넓게 생각한 뒤 결정하고 싶다”면서 “시즌 중에 많은 제안이 왔고 기다리고 있는게 있다”고 털어놨다.
당장 오는 4월 말 국가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있다. 김연경은 “많이 쉬진 못하겠지만 일단 1~2주 편하게 쉬고 싶다. 그리고 다시 몸을 만들어서 올림픽 준비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하든 못하든 제 편에서 응원해 주신 분들이 많다. 실제로 오늘 관중들은 비록 10%만 입장하셨지만 어려운 매표 과정을 거쳐 응원을 오셨다”면서 “팬들의 응원이 힘든 순간에도 큰 힘이 됐다. 감동적이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