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 대응기구 설치, 예산 투입 등 지시
구속력 갖춘 증오범죄 예방법은 공화 반대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진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연쇄총격 사건 이후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잇따르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아시아계 보호를 위한 후속 조치를 내놨다. 대응 기구 설치와 피해자 지원, 예산 투입 등이 총망라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증오범죄 관련 법안은 공화당 반대로 의회 통과가 난망한 상황이다.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에서 반(反)아시아계 폭력 행위 증가에 대응하고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아시아태평양계(AAPI) 인종차별 및 외국인 혐오 근절을 위해 서명한 행정명령의 후속 작업이다.
이번 조치는 아시아계 관련 정책을 폭력ㆍ편견 문제뿐 아니라 포용ㆍ재산ㆍ기회 문제로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 행정부는 아시아계 대표자와 기구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각 부처 간 정책 조율을 맡을 책임자를 임명한다. 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 4,950만달러(약 560억원)도 배정하기로 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건 형평성 태스크포스(TF) 위원회’에 인종 관련 코로나19 불평등 해소 권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는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이 늘어나는 것에 침묵할 수 없다”며 “이런 공격은 미국적이지 않으며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보조를 맞췄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인종ㆍ성별 증오범죄에 대한 추적과 기소를 강화하기 위해 30일간 내부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오범죄 관련 자료 수집 개선, 조사와 기소 우선 처리, 증오범죄 기준에 미치지 못한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적 권한 활용 등을 구체적 목표로 제시했다. 법무부 증오범죄 웹사이트는 한국어ㆍ중국어 등 아시아 4개 언어로도 볼 수 있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는 사법부 첫 인선에도 반영됐다. 이날 새로 지명한 연방 판사 11명 중 9명이 여성이었고, 흑인, 무슬림, 아시아태평양계 등 인종적 다양성이 돋보였다. 워싱턴DC 연방지법 판사로 지명된 클로렌스 팬은 인준을 받을 경우 이 지역 첫 아시아태평양계 판사가 된다.
하지만 연방정부 정책의 구속력을 뒷받침해야 줘야 하는 입법부의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현재 의회에는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과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이 각각 발의한 아시아계 증오범죄 예방 법안이 올라가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달 부활절 연휴 이후 의회가 열리면 이 법안을 최우선으로 다루겠다고 했지만, 공화당 내 반대 기류가 강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의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하원에서 통과된 구속력 없는 규탄 결의안 외에는 증오범죄 관련한 어떠한 조치도 입법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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