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경보와 봄비가 동시에 찾아온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1922년 벚꽃 개화를 관측한 이후로 가장 빠르게 꽃을 피웠다. 서울의 한 아파트 정원에도 어김없이 벚꽃이 만개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순간 이동을 한 듯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러나 황홀한 순간도 잠시. 살랑이는 봄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꽃잎을 보노라면 그 짧은 화려함에 무상함까지 느껴진다. 여기에 비라도 내리면 그 속도는 배가 된다.
벚꽃에 대한 단상에 깊이 빠질 때쯤 갑자기 직박구리 한 쌍이 끼어들었다. 이들은 나란히 벚꽃에 꿀을 빨며 사랑을 속삭인다. 그 와중에 언제 날아들었는지 참새들이 벚꽃 잎들을 똑똑 부러뜨려 땅 밑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참새들은 직박구리처럼 꿀을 빨아먹는 게 아니라 꽃잎을 따서 꽃 안에 있는 꿀을 먹고 꽃잎은 버린다. 한두 마리만 나무에 나타나도 금세 꽃잎이 송두리째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벚꽃나무 밑에는 참새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벚꽃 잎이 하나 가득 쌓여 있어 괘씸하단 생각마저 들었다.
봄비와 함께 후드득 떨어지는 벚꽃 잎, 그 꽃잎과 함께 나무에서 낮게 비행하는 직박구리의 몸짓에서 봄의 싱그러움을 만끽했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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